"첫사랑은 처음이란 뜻 밖에 없는 건데,
텔레비전 보면 온통 첫사랑 땜에 목매는 거
비현실적이라 싫었거든.
두 번, 세 번 사랑한 사람을 헤퍼보이게 하잖아.
성숙해질 뿐인데."
영숙(배종옥)의 입을 빈 노희경의 이 말은
때로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첫사랑"에 대한 우리들의 완고한 관념과 환상을
그대로 집약하기라도 한 것 같다.
노희경.
그래서 그녀는 이번에 "두번째 사랑"을 말하는 건가.
첫사랑 미리(김민희)와는 더 이상 아무 '필'도 없지만, 그와 동시에 아무 걸림도 없는 친구가 되고
친구의 그녀인 수희(윤소이)를 사랑하게 된 민호(천정명)와
첫사랑 지안의 친구인 민호를 사랑하게 된 수희,
그리고 또 민호를 사랑했지만, 그를 돌이켜 보거나 후회하지 않고
진심으로 절절히 두번째 사랑을 하는 미리.
온통 "첫사랑"과 사랑을 시작하기까지의 야단법석으로
사랑이 이미 완성된 양 떠들썩하게 떠들어대는 드라마들 일색 속에서,
마치
의절한 가족들을 아무 원망 없이, 넘치는 사랑으로
차창 안에서 가만히 바라만 보다 돌아오는 미리 마냥
떠나간 사랑을 삭이는 사람들과 그들의 두번째 사랑을
과장되지 않은 따뜻함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노희경의 시선.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과
세상을 빚어내는 그녀의 손길은
그녀를 향한 오랜 기다림을
결코 허탈케 하지 않는 따스함과 힘이 있다.
요즘 그녀 때문에 울고,
그녀 때문에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