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늘 헷갈려서 예전에 사전을 찾아보고
확답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전에서 찾은 내용을
내 멋대로 왜곡시켜 기억했던 모양이다.
내 기억 속에서는 '웬지'와 '왠지'를
미묘하게 다른 의미로 구분해서 쓴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는 틀린 지식이다.
'웬지'라는 우리말 단어는 없다.
오직 '왠지'만이 있을 뿐이다.
'왠지'란 '왜 그런지'의 준말이고,
'어쩐지'라는 말과 유사하게 쓰인다.
-나는 왠지 네가 좋아.
같은 경우가 "왠지"를 쓰는좋은 예가 아니겠는가 싶다^^
반면 '어찌 된, 어쩐'이라는 의미의 관형어를 쓰고 싶을 때는
'웬'만을 단독으로 쓴다.
-갑자기 웬 비가 그렇게 많이 온담.
-웬 얼굴이 그렇게 길어요?
(이 두 예는 연세한국어사전에 있는 예를 그대로 인용한 것인데
두번째 예는 좀 어이없다 ㅋㅋ)
'웬'은 또 '어떤, 어느'라는 뜻으로 쓰일 수도 있다.
-웬 아이가 찾아와서는 선생님을 찾던 걸요.
라는 식으로.
'웬'은 관형사이기 때문에 보통명사나 의존명사와 결합한
몇몇 단어가 쓰이기도 한다.
'웬만큼, 웬일'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법 성분을 생각했을 때,
관형사인 '웬'이 용언의 종결 어미인 '-지'와 결합한
'웬지'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단어인데,
아무래도 습관적으로 잘못된 표현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냥 잘못된 것도 당연하게 여기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결국 같은 이유로 '왠일, 왠만큼' 등은 결코 성립될 수가 없다.
그 단어가 결합된 형태를 풀어써서 의미가 통하지 않는 것,
이것이 온전한 단어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터인데
'웬일'이란 '어찌된 일, 무슨 일, 무슨 까닭'등의 뜻으로 쓰이는데
'왜'라는 부사가 개입될 이유가 전혀 없을 뿐더러
부사기 때문에 '일'이라는 명사와 결합할 근거가 약하기도 하다.
다른 두 개의 예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리하자면,
어쩐지, 정도의 의미로 쓰는 단어의 옳은 표현은 '왠지'이고
어떤,이나 어느, 어찌 등의 뜻을 가진 관형사는 '웬'이다.
'웬'은 관형사기 때문에 다른 명사들과 결합돼서 의미가 파생해
쓰이는 다른 명사형을 가지기도 한다.
'웬일, 웬만큼'이 그런 예라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