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그랬대

to a t 2004. 1. 14. 19:14
<C양의 질문>
2004.01.14 14:40

이제는 아예 pet peeve로 자리잡은 -_- '그랬데'
이거 확실히 '~대'가 맞는 거지?
'~데'를 너무 자주 봐서 이제는 볼 때마다 짜증이 날 지경이야 -_-;;;

참. '그들은 언제까지 있으려나?'를
'그들은 얼마나 오래 있으려나?'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 거야?
'얼마나 오래/오랫동안'은 영어식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거라고 -_-
구리다고 지적받았다. ㅠㅠ


*****
<나의 답변>
2004.01.14 19:14


그렇지, 만약에 다른 사람의 말을 옮기는 의미에서
"그랬대"라고 한다면 네 말대로 "-대"가 맞지.

"-대"라는 종결형은 기본적인 의미상
"-다고 해"의 줄인 꼴이고,
자기가 보거나 들은 사실을 근거로
설명하거나 묻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그러니까
-너 내일까지 돈 안 내면 그거 다른 사람한테 팔겠대.
-아니 대체 누가 그런 거짓말을 했대?
같은 예에서처럼
다른 사람을 말을 듣거나 자기가 보았던 사실을
또 다른 사람에게 말해 줄 때
문장을 맺는 말로는 분명 "-대"를 써야 하는 것이 옳아.

"-대"는 그 외에
수사의문문(rhetorical question)에서도 쓰이는 표현이야.
-아니, 누가 그 따위 거 갖고 싶대?
-내가 언제 그런 거 먹겠대?
에서처럼.

이렇게 순순히
문장 종결은 "-대"가 맞아!라고 단언하고 넘어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데"라는 종결 어미도 엄연히 있단다, 사실은.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말하는 사람이 자기 경험을 회상하여 비로소 말을 해주거나 그렇게 생각하게 됐음을 나타내어]
"-더라"라고 하는 뜻이라는구나.
(하.지.만. 이렇게 써놓으면 나도 뭔 소린지 모른다오~)

예를 들어 보자면,
-오늘 당신 술 잘 마시데.
-듣고 보니 나도 정말 잘못한 것 같데.
-오늘 보니까 자네 동생 이쁘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좀 미안하긴 하데.
-걔 아주 사람을 잡겠데.
등등의 표현을 들 수 있는데,
간단히 말해 "-더라"로 바꾸어 쓸 수 있을 경우엔
"-데"로 써도 무방한 거야.

"-대"와 "-데"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눈에 띄는 차이 가운데 하나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말을 옮기는 것이냐,
자기가 경험한 사실을 토대로 말을 전하는 것이냐,
하는 점일 것 같아.

후자의 표현들은 대부분
자기의 감정상태나 인상을 표현하는 말들이니까.
전자는 "-다고 해"라는 말의 줄임말이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듣거나 본 사실을 근거로 했다고는 해도,
다른 사람의 말, 다른 사람을 통해 경험한 상황을
전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내가 참고한 사전에서도
"-데", "-대" 그리고 "-디"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 걸 보니
역시나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표현이긴 한가 봐.
이 차이를 설명하는 사전의 내용을 보너스로 덧붙일게.
(아래 설명에서 괄호 속 헛소리는 나의 혼자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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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는 "'더라"로 대체되는 것이므로
의문문에는 쓰이지 않음. (음, 그렇지...)
대신 "-디"는 "-더냐"로 대체되는 것이므로 의문문에 쓰임.
따라서 "그 사람이 그 꼴을 보고 뭐라고 하데?"는 틀린 것이고
이 말은 "그 사람이 그 꼴을 보고 뭐라고 하디?"라고 해야 함.

(그러니 "그 사람이 그 꼴을 보고 뭐라고 하대?" 역시 틀린 것이지.
반면에, 만약 "~~~ 뭐라대?"라고 하면 맞는 거겠지.
그건 "~~~ 뭐라고 해?"를 줄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아무튼 "-대"에는 이미 "-다고 해"라는 인용의 의미가 내포돼 있는데
"~라고 하대?"하면 인용의 뜻을 불필요하게 중복하는 것이니
틀리다고 볼 수밖에 없지.)


또한 "누가 집에 가겠대?"나 "현경이가 집에 가겠대"의 "대"는
"-다고 해"가 줄어든 꼴로서 "-데"와 구별해서 써야 함.
(구별해서 써야하는거 누가 모르나?
구별하기 어려우니 문제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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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나 오래/오랫동안"이
영어식 표현이냐고 물은 것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니까 딱히 할 말이 없다.
뭐, 그다지 잘하는 영어는 아니어도
영문학 서적을 많이 접하다 보니
스스로도 영어식 표현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에 익숙해진 터라
이제는 영어식 표현과 우리말 고유의 표현을 구분해내는 게
나한테도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어.
그런 지적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보니,
"how long"을 직역해 놓은 말이라는 건 알긴 알겠다만
내가 알아서 그런 표현을 안 쓸 수 있을지는
참 자신이 없긴 없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