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to a t 2006. 8. 15. 23:11
자주 쓰이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도 무심히 쓰고 무심히 지나치는 표현이다.

'듯'은 그 자체로 의존명사인 경우와
'-듯이'의 준말로써 용언의 연결어미인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전자는 의존명사라는 품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용언을 뒤따라 나오며, 그 때 반드시 띄어 써야 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어미이므로 '-듯'이
앞에 쓰인 글자와 띄어 쓸 필요가 없고, 띄어 써서도 안 된다.

의미는 '~것같이', '~것처럼'이라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의미의 바탕을 가지고 있다.

의존명사 '듯'의 예는
-마치 어깨가 떨어져나갈 아팠다.
-그들은 아무 짓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녀는 들릴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는 말을 꺼낼 꺼낼 하다가 끝내 아무 말 없이 돌아가버렸다.
등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듯"은 의존명사이므로 조사 "이"를 붙여 쓸 수도 있다.


반면, 용언의 어미인 '듯'의 쓰임은
-그녀는 나를 마치 어린 아이 다루 대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역정을 내뱉었다.
-그 녀석은 술집을 마치 제집 드나들 하니 큰일이야.


전자와 후자의 경우에서 쓰임의 형태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전자는 용언의 '-ㄴ', -는', '-ㄹ' 꼴 뒤에 쓰이는 것이고,
후자는 용언의 어간(활용할 때 변하지 않는 부분)에만 쓰인다.
마지막 예에 깜빡 속아넘어갈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들"에서 보이는 "ㄹ"은 전자의 관형격과는 다른 "ㄹ"이다.
바로 "드나들다"라는 동사의 어간에 해당하는 "드나들-"의 일부일 뿐인 것이다.


그런데 후자의 쓰임에서 또 한 번 주목할 것은
본딧말인 '-듯이'와 준말인 '-듯'의 쓰임 차이다.
사전에서는 '-듯이'는 용언의 어간과 '-았-' 뒤에 모두 쓰이지만
'-듯'은 용언의 어간 뒤에만 쓰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너도 지금 보았듯이 그는 성격이 아주 포악해.)

또, 의존명사인 '듯'은 명사인 까닭에
조사인 '-이', '-만' 등과도 결합할 수 있고,
특히 '-이'와 결합한 경우는 연결어미와 같은 형태다.
띄어 쓰기 여부를 결정하는 품사를 구분하는 데는
'듯(이)'의 앞에 오는 용언의 형태가
'-ㄴ', '-는', -ㄹ'인가 (의존명사인 '듯'을 수식하는 관형어)
아니면 그냥 용언의 어간이나 '-았-'인가를(용언의 활용)
유심히 보아야 할 듯하다.


@ 덧붙여, 이 글에 대해 썼던 벨로의 질문도 추가해서 설명하자면,
"인 듯하다"는 "인"과 "듯" 사이를 띄어써야 맞을 듯.
-인'이라고 하는 건, '-이다'가 관형사형으로 바뀐 거니까,
(의존)명사인 '듯' 앞에서 띄어 쓰는 게 맞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옷차림으로 봐서 그 분은 승려 듯해."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