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핼쑥하다

to a t 2005. 11. 17. 02:22


다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지 모르겠는데,
난 부끄럽게도 며칠 전에야 내가 내내 잘못 써 온
(많은) 표기법 (가운데)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핼쑥하다".

"얼굴에 핏기가 없고 파리한" 모양/상태를 형용하는 이 단어의 표기를
나는 여태 "핼쓱하다"로 잘못 알고 있었다.

(심하게 헷갈리는 날엔 "헬쓱하다"인가,
라는 의심이 드는 날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쓰면 너무 어색하다 싶어, 그렇게 쓴 경우는 없었지만,
어쨌든 ㅐ와 ㅔ의 발음에 대한 구별능력이 거의 전무해진
나의 음성지각능력이 정말 민망할 따름이다.)

암튼 오해의 발단은
핼쑥하다,라고 할 때 "쑥"의 "ㅜ" 모음이
"핼쑥하다"는 단어의 의미가 풍기는 결핍의 이미지와는 달리
뭔가 풍부한 잉여의 느낌을 주는 발음이라 여기고,
반면 "핼쓱하다"라고 (잘못) 썼을 때의 "ㅡ" 모음은
단어의 의미의 결핍의 이미지와 일치하는,
뭔가 빈한 느낌이 든다고 제멋대로 판단한 데 있다. ㅡ.ㅡa


사족이긴 한데, "말끔하고 깨끗한" 상태를 표현하는
"말쑥하다"라는 형용사와 형태상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사실은 바로 이 단어때문에
핼"쑥"하다는 더욱 아니라고 생각한 거 같다.
"말쑥하다"라고 하면
금방 기름동이에서 "쑥" 빠져나온 거 같은
그야 말로, "말쑥함"을 풀풀 풍기는지라
어감과 단어의 이미가 충분히 일치한다고 생각해서
핼쑥하다,는 그와 심하게 대립시킨 나머지
내 멋대로 조어법으로 여태 잘못 써왔지 싶다.)

암튼 요즘 공부를 너무 심하게 한 나머지
"핼쑥하"게 야위었다,
...라고 누구에게라도 서슴없이 말할 수 있도록
한번 살아 봤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