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쓰면서도 그만큼 많이 혼동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조사 "-보다"의 쓰임.
사실 "보다"가 조사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헷갈릴 이유가 없는 셈인데
세상 일이 어디 그리 간단한가.
두 가지의 단순한 대상을 비교할 때 "보다"를 쓰는 것은 별로들 헷갈리지 않는다.
이를 테면,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꿈보다 해몽이 낫다.
-공부에는 무엇보다 집중력이 중요하다.
같은 경우.
그러나 비교 대상이 체언이 아닌 동사의 활용형거나
그것도 또 간단하지 않고 길어지기까지 하면
이렇게 계속 붙여 써도 되는가 싶어서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 사람한테 굽히기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예쁘다기보다(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술자리를 좋아하는 것은 술을 좋아해서라기보다(도) 분위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아무리 길게 늘어지는 것 같아도 조사 "보다"는 선행하는 체언이나 명사격 활용형에 붙여 써준다.
이렇게 분명한 원칙에 혼동을 일으키는 것은, 아마도
"한층 더, 좀 더"의 의미를 띠는 부사 "보다"의 쓰임 때문이라고 본다.
즉,
-도대체 네가 말하는 보다 나은 미래란 게 뭔데?
"보다"는 일반적으로 "더"와 대체할 수 있는 부사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사실 나는 "보다"의 이와 같은 부사적 쓰임이 헷갈리는데,
언제였는지 분명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때 어느 국어 선생님이
"보다"는 조사이기 때문에 이렇게 부사적인 "보다"의 쓰임은 잘못된 것이라고,
이런 경우 반드시 "그보다"나 "이보다"처럼 대명사를 붙여 쓴 형태로 바꿔 써야 한다고
가르쳐 준 적이 있는 것을 기억한다.
워낙 빈번하게 부사적으로 쓰는 사람들의 언어 습관 때문에
부사적 쓰임까지 추가되며 맞춤법이 개정된 것인지,
그 선생님의 언어 지식이 "보다"를 조사로만 아는 데 한정되어 있었던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사전에는 "보다"를 부사로서도 기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우 "보다"는 당연히 그 앞, 뒤의 다른 단어들과 띄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