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앞에 썼던 "쩨쩨하다" 게시물과의 연장선상에서
말하고 싶은 또 하나의 "ㅔ"와 "ㅐ" 혼동 사례는
동사 "메다"와 "매다".
이 둘은 모두 사전에 올라 있는 옳은 표현.
다만 "ㅔ/ㅐ" 발음을 혼동하다 보니 둘의 쓰임까지도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두 가지 경우를 정리라도 해 보고자.
1.
우선 "메다"는 "가방을 메다"와 같이
어깨나 등에 어떤 물건을 걸치거나 올려놓은 상태를 설명하는 동사다.
-너는 무거운데 왜 집에서까지 가방을 메고 있니?
-카메라를 메고만 있지 말고, 사진도 좀 찍어 봐.
이 외에 "메다"가 쓰이는 상황은 '답답하고 꽉 막힌 느낌이 들' 때로
주로 "목이 메다"의 형태로 많이 쓴다.
이를 테면,
-그녀는 슬픔에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배고픈 나머지 물도 마시지 않고 계란을 너무 허둥지둥 먹다가 목이 멨다.
2.
반면 "매다"는 줄이나 끈을, 또는 줄이나 끈으로 어떤 사물을 묶거나 합쳐놓는 행위다.
그 쓰임을 통해 살펴보자면,
-운동화 끈이 풀어져서 밟을 것 같으니 어서 매는 게 좋겠다.
-그 사람은 양복 입고 넥타이 맨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
-너 숨쉬기 좀 불편해 보인다. 허리띠를 너무 졸라 맨 거 아니니?
운동화 끈이나 넥타이, 허리띠 등은 (가방과 달리) 모두 "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매다"와 호응을 이룰 수 있는 명사들은 "뗏목", "그네" 등이 있다.
그리고 좀 끔찍한 예라면 예겠지만, "매다"를 쓸 수 있는 다른 경우는 "목을 매다"도 있다.
(앞서 설명했던 "목이 메다"와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의미 상에서 위의 경우와 다르지만 같은 표기를 쓰는 "매다"는
-도시에서만 자라서 논 매고, 밭 매는 건 해 본 적이 없어요.
(논밭의 잡초를 뽑는 일을 가리킴)
-너는 그렇게 말을 잘 하다가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만 서면 쩔쩔 매고 아무 말도 못 하냐.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경우)
같은 것이 있다.
사실 비결이랄 것은 없지만,
내가 어깨에 무언가를 "메다"라는 의미의 "메다"를
"매다"와 구분해서 쓰기 위해
이용하는 수법은 바로... "멜빵"!?
멜빵은 "멜빵바지"를 통해 잘 알고 있듯,
치마나 바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어깨에 걸치는 끈이다.
(사실은 치미나 바지가 아니더라도
어떤 물건을 어깨에 걸어 메기 위해 다는 혹은 달려있는 끈이다.)
그러니 "메다"를 써야할지 "매다"를 써야할지 헷갈릴 때마다
"멜빵"이라는 단어를 연상해내서
어깨에 끈을 걸어 메는 것은 "메다"고,
그 외에 끈을 이용해 묶는 행위는"매다"
라고 구별을 한다.
물론 이 두 가지를 구분한다고 "메다"와 "매다"의 다른 쓰임들까지
다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라도 제대로 구분해 쓰는 것이 첫걸음! 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안한달까. -_-;
@ 아! 그리고 인터넷 검색하다가 좋은 걸 찾았는데
운동화 끈이나 넥타이를 "매다"를 알 수 있는 좋은 단서(?)는
"매듭"!
-운동화 끈을 매서 매듭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