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집 앨범의 '고별'이란 곡을 함께 작업했던 JUNO는 수준급의 요리사이다. 정작 자신은 빵이며 김밥이며 배달요리로
건성건성 하루하루를 연명하지만 막상 요리를 시작하게 되면 진지한 쉐프의 자세로 돌변하여, 정말 레스토랑에서나 맛볼수 있는 그런
'요리'들을 만들어낸다.
아이팟에 꼼꼼하게 모든 재료를 입력해놓고, 대낮부터 여기저기를 돌며 장을 본 후 어렵게 협찬받은 친구 회사 사무실에서 (오븐이 있는 장소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날렵한 쏨씨로 훌륭한 음식들을 만들어주었다. 어시스턴트도 없이 혼자의 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낸 요리의 메뉴는 정체불명의 주노표 쏘스가 곁들여진 샐러드와, 통감자 오븐 구이, 그리고 과일스튜로 맛을 낸 연어 스테이크였다.
혼자서는 외로워서 절대로 이런 요리를 해먹지 않는다는 주노.
주노를 파출부로 고용해서 살면 참 좋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했다."
-김동률의 "Chef JUNO", from "Kimdongryul.com"
*****
김동률의 홈피에 그가 사진과 함께 올렸던 글인데
아이팟에 꼼꼼하게 모든 재료를 입력해놓고, 대낮부터 여기저기를 돌며 장을 본 후 어렵게 협찬받은 친구 회사 사무실에서 (오븐이 있는 장소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날렵한 쏨씨로 훌륭한 음식들을 만들어주었다. 어시스턴트도 없이 혼자의 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낸 요리의 메뉴는 정체불명의 주노표 쏘스가 곁들여진 샐러드와, 통감자 오븐 구이, 그리고 과일스튜로 맛을 낸 연어 스테이크였다.
혼자서는 외로워서 절대로 이런 요리를 해먹지 않는다는 주노.
주노를 파출부로 고용해서 살면 참 좋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했다."
-김동률의 "Chef JUNO", from "Kimdongry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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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의 홈피에 그가 사진과 함께 올렸던 글인데
이 글을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지금 두 친구들, 즉 두 살 위의 언니, 두 살 아래의 동생과
한 지붕 세 가족 놀이를 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어나서 활동하는 사이클, 먹는 습관, 자는 시간도
제각각 다 다르다.
언니는 완전 부지런쟁이 아침, 아니 꼭두새벽형 인간.
나는 올빼미과.
동생은 우리 둘을 섞어 놓은 중간 쯤 된다.
적당한 늦잠을 즐기고, 밤도 12시, 1시까지는 버틸 줄 아는.
학부 때 강원학사 시절로부터 시작하야
버클리의 I-House, 대학원 연대 기숙사 생활,
컬럼비아의 Harmony "Hell" (원래는 Harmony Hall),
그리고 이타카 처음 왔던지난 학기
"원룸에 셋이 바글바글" 프로젝트와
이번 학기 2층 초호화 저택 생활에 이르기까지
거의 10년을 채우기 직전의 유구한,
낯선 이들과의 동거 생활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터득하게도 하지만,
사실은 자기자신의 숨겨진 "기질"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게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은 내가 물론 이따금은
책 뒤적이며 음악 듣고, 자전 펼쳐 놓고 한문 베끼고,
추억 들척여가며 편지 쓰는, 그 혼자만의 시간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존재라
그 혼자만의 시간 없이는 절대로 숨쉴 수 없지만,
사람들과 친구들 없이는 내가 역시나
무책임하고 무기력하고 무엇보다 무절제한 인간이란 사실이다.
난 혼자서 밥 먹는 게 정말정말 싫다.
차라리 학교에서 샌드위치 사서
잔디밭에 앉아 우걱우걱 입에 밀어넣는 건 하겠지만
냉장고에 김치, 김, 오징어채, 멸치볶음, 깻잎 등등
온갖 밑반찬이 다 준비돼 있어서
그냥 꺼내서 먹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도
집에 혼자 있으면 아무 것도 꺼내먹지 않는다.
그냥 먹기가 싫다.
그리고 어쩌다 뭔가가 먹고 싶어져서 챙겨 먹으면
딱 한 끼 맛있게 먹고 나선 당분간 다시 먹기 싫다.
나야 물론 아침에 눈 떠서 눈꼽만 떼고
학교 가기도 빠듯하니까
아침은 절대로 먹을 엄두도 못내고.
반면 나의 방짝 언니는-나의 느낌상-
오히려 여럿이 모여 앉아 밥 먹으며
허송세월하는 걸 싫어한다 싶을 때가 많다.
그리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밥 꼭 챙겨 먹고 나가고
맛있는 게 생기면 그걸 질리도록 며칠이라도 먹는다.
같이 사는 동생은 언니가 아침에 챙겨 먹고 간
찐 호박, 아보카도 반 토막, 샐러드 같은 게 있으면
잘 챙겨 먹고 나가는 편이다.
그리고 있는 음식 가리지 않고,
맛난 음식 해먹자고 적극적으로 추천도 한다.
바로 이렇게 제각각 다른 우리의 식습관이
마트에서 장 보면서 나누었던 대화의 화제였다.
암튼 그래서 김동률과 같이 작업했다던 저 주노라는 사람의 심정에
난 너무 감정이입이 잘 됐다^^
어쩌다 내 룸메이트들이 맛있다며 잘 먹어준
내 허접 요리조차도 내가 혼자서 해 먹어야 하면 안 먹는다.
나 혼자서라면 라면과 짜파게티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같이 먹고, 맛있게 먹어줄 때는 얼마든지 포식...
정도가 아니라 폭식을 감내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나야 쉐프라고 불릴 솜씨조차도 안 되니
김동률 글 속의 등장인물과 절대적 동일시는 할 수 없겠지만
나도 재료의 맛을 살리는 향긋한 요리로
친구들을 대접하고, 즐거운 웃음과 수다를 겻들인
소박한 만찬 한 번 해 보는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