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 반 산트의 신작인 <밀크>를 보았다. 영화를 보겠냐고 물어봤을 때 '구스 반 산트'의 새 영화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는 채로 무조건 본다고 했다. 구스 반 산트니까! ㅋ 제목을 듣고도 뭔가 '우유'라는 말을 통해 표현되는 은유이거나 상징이리라고 생각했지, '사람 이름'일 거란 생각은 단 한 번도 내 뇌리를 스치지 않았다. 그 사실조차 그나마도 영화 보러 가기 직전에 본 어떤 블로그에서 스치듯 봐서 알고 간 것이지, 아예 모르고 갈 뻔했다. 그런데 가서 영화를 보고, 심지어 허구적 인물의 일대기도 아니었고, 실존 인물의 일대기였다는 사실에 의외로 놀랐다.
나는 실존 인물의 삶을 극화한 영화들에 대해 늘 약간의 혼란스러움이나, 착종된 감정이 있다. 일단은 그런 영화들은 기법의 측면에서 꼭 연대기적 시간의 순서에 의해서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삶의 과정을 따라가는 형태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일차적으로 그 영화에 표현되는 사건의 사실성 문제도 문제가 될 것이지만 사실 그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내게 그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문제는 사실, 그 삶이 감동을 줄 때조차도, 그게 그 영화의 '작품성' 여부에 의해서라기보다, 그냥 그 사람의 '삶'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과연 그 영화가 좋은 영화인지가 잘 판단이 안 선다는 점이다. 그냥 그 사람이 용기있는 삶을 선택했고, 그 선택들과 그 사람의 삶이 감동을 주는 것이지, 그게 어떤 영화인지는 '결정적으로' 상관은 없다는 생각이 좀 든다고나 할까.
물론 무관치는 않을 것이다. 그 감동적인 삶을 전혀 전달하지 못한 채 완전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고, 혹 감동을 준다해도, 그 감동이 그 인물의 삶에 대한 감독의 '작위적' 연출에 의해, 한 가지 사실만 부각함으로써 끌어낸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건 그런 의미에서는 그 삶을 잘 '전달'한다는 점이 성공한 실존인물 일대기 영화의 분명한 강점이 될 텐데, 그 이상의 것을 하기란 힘들다는 부정적 편견을 좀 가지고 있는 편이긴 하다. 그런 데다 영화란 꼭 어떤 특수한 종류의 '감동'을 주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데, 실존인물의 삶을 영화화했을 경우엔, 대체로 그런 영화가 따라가는 일정한 감정선이나 어떤 공식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 점 역시 전기적 영화에 대해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 영화도 좀 그랬다. 구스 반 산트의 영화들이 지금까지 일정한 수준 이상은 유지해 온 일관성은 있기 때문에, 당연히 형편없다거나 지루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밀크'라는 인물의 캐릭터와 삶 자체의 역동성 덕분에 '먹고 들어가는' 부분은 있는 것 같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오히려 약간 안이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 주인공 하비 밀크(숀 펜)가, 자신이 암살당할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게이 인권 운동가'로서의 삶의 내력을 녹음기에 녹음하는 것을 영화 서사를 위한 내레이션으로 사용한 구성 방식이 그렇게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다. 나로서는, 그로 인해 영화 전체가 너무 '서술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삶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를 짚고는 싶은데 일일이 다 보여주긴 힘드니까 빨리빨리 '해설'을 해주고 넘어가려고 한 것 같았다. 주인공의 삶을 카메라가 그냥 좇아가기만 하는 형식이 일대기 영화에서 너무 많이 사용된다고 생각해서 변화를 시도했던 것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이런 서사의 영화가 구스 반 산트에겐 너무 '노골적'이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정서적으로 너무 '감동적'인 영화라는 점도, 좀 그랬고. 나는 개인적으로 <파라노이드 파크>에서처럼 뭔가로 딱 못 박을 수 없을 것처럼 빗겨가는 정서,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리듯 감정이 빠져나가 버려 도저히 움켜쥘 것이 없다는 느낌을 줄 때의 구스 반 산트가 좋은데, 이건 <굿 윌 헌팅> 때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다. 난 <굿 윌 헌팅> 볼 때도, 너무 설명적인 점, 올바른 삶('올바른'의 의미는 좀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으로 '인도'하는 것 같은 서사의 구도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았었다. (영화가 다 싫었다, 뭐 그런 말은 당연히 아니다.) 바로 직전에 전남자친구와 통화하면서 '이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아, 오페라에 다음엔 같이 가자'라고 '노골적'으로 통화하는 내용이 이미 나왔었기 때문에, 하비 밀크가 죽는 순간, 창밖으로 보이는 오페라 극장에 걸린 오페라 포스터를 텅 빈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그와 같은 연장선 상에서 너무 감정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재미있는 발견은, 사실 샌프란시스코에서 게이들의 주요 거주 및 활동 지역으로 유명한 '카스트로'가 바로, 1970년에 그곳으로 이사를 온 하비 밀크가 자신의 가게를 '게이들을 위한 사랑방'으로 내주고, 적극적인 게이 인권 운동에 개입하게 되면서 생겨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이다. 게이들의 거리로 워낙 유명하고, 할로윈 같은 때면 특히 샌프란시스코 -아마도 캘리포니아 주 전체-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하게 분장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축제를 벌이는 곳으로 유명해서, 관광삼아 놀러가 본 적은 있었지만, 역사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걸 알게 된 게 재미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값진 발견은, ㅌㄹ마을 주민들도 동의할 것 같은데...
_M#]
@ 헉! 그나저나 2월 포스팅 24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거의 한 개 꼴로 포스팅한 거? 나 역시 ㅌㄹ마을 '참언론인상' 받을 자격 있었던 거? ㅋㅋ
나는 실존 인물의 삶을 극화한 영화들에 대해 늘 약간의 혼란스러움이나, 착종된 감정이 있다. 일단은 그런 영화들은 기법의 측면에서 꼭 연대기적 시간의 순서에 의해서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삶의 과정을 따라가는 형태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일차적으로 그 영화에 표현되는 사건의 사실성 문제도 문제가 될 것이지만 사실 그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내게 그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문제는 사실, 그 삶이 감동을 줄 때조차도, 그게 그 영화의 '작품성' 여부에 의해서라기보다, 그냥 그 사람의 '삶'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과연 그 영화가 좋은 영화인지가 잘 판단이 안 선다는 점이다. 그냥 그 사람이 용기있는 삶을 선택했고, 그 선택들과 그 사람의 삶이 감동을 주는 것이지, 그게 어떤 영화인지는 '결정적으로' 상관은 없다는 생각이 좀 든다고나 할까.
물론 무관치는 않을 것이다. 그 감동적인 삶을 전혀 전달하지 못한 채 완전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고, 혹 감동을 준다해도, 그 감동이 그 인물의 삶에 대한 감독의 '작위적' 연출에 의해, 한 가지 사실만 부각함으로써 끌어낸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건 그런 의미에서는 그 삶을 잘 '전달'한다는 점이 성공한 실존인물 일대기 영화의 분명한 강점이 될 텐데, 그 이상의 것을 하기란 힘들다는 부정적 편견을 좀 가지고 있는 편이긴 하다. 그런 데다 영화란 꼭 어떤 특수한 종류의 '감동'을 주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데, 실존인물의 삶을 영화화했을 경우엔, 대체로 그런 영화가 따라가는 일정한 감정선이나 어떤 공식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 점 역시 전기적 영화에 대해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 영화도 좀 그랬다. 구스 반 산트의 영화들이 지금까지 일정한 수준 이상은 유지해 온 일관성은 있기 때문에, 당연히 형편없다거나 지루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밀크'라는 인물의 캐릭터와 삶 자체의 역동성 덕분에 '먹고 들어가는' 부분은 있는 것 같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오히려 약간 안이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 주인공 하비 밀크(숀 펜)가, 자신이 암살당할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게이 인권 운동가'로서의 삶의 내력을 녹음기에 녹음하는 것을 영화 서사를 위한 내레이션으로 사용한 구성 방식이 그렇게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다. 나로서는, 그로 인해 영화 전체가 너무 '서술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삶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를 짚고는 싶은데 일일이 다 보여주긴 힘드니까 빨리빨리 '해설'을 해주고 넘어가려고 한 것 같았다. 주인공의 삶을 카메라가 그냥 좇아가기만 하는 형식이 일대기 영화에서 너무 많이 사용된다고 생각해서 변화를 시도했던 것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이런 서사의 영화가 구스 반 산트에겐 너무 '노골적'이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정서적으로 너무 '감동적'인 영화라는 점도, 좀 그랬고. 나는 개인적으로 <파라노이드 파크>에서처럼 뭔가로 딱 못 박을 수 없을 것처럼 빗겨가는 정서,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리듯 감정이 빠져나가 버려 도저히 움켜쥘 것이 없다는 느낌을 줄 때의 구스 반 산트가 좋은데, 이건 <굿 윌 헌팅> 때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다. 난 <굿 윌 헌팅> 볼 때도, 너무 설명적인 점, 올바른 삶('올바른'의 의미는 좀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으로 '인도'하는 것 같은 서사의 구도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았었다. (영화가 다 싫었다, 뭐 그런 말은 당연히 아니다.) 바로 직전에 전남자친구와 통화하면서 '이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아, 오페라에 다음엔 같이 가자'라고 '노골적'으로 통화하는 내용이 이미 나왔었기 때문에, 하비 밀크가 죽는 순간, 창밖으로 보이는 오페라 극장에 걸린 오페라 포스터를 텅 빈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그와 같은 연장선 상에서 너무 감정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재미있는 발견은, 사실 샌프란시스코에서 게이들의 주요 거주 및 활동 지역으로 유명한 '카스트로'가 바로, 1970년에 그곳으로 이사를 온 하비 밀크가 자신의 가게를 '게이들을 위한 사랑방'으로 내주고, 적극적인 게이 인권 운동에 개입하게 되면서 생겨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이다. 게이들의 거리로 워낙 유명하고, 할로윈 같은 때면 특히 샌프란시스코 -아마도 캘리포니아 주 전체-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하게 분장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축제를 벌이는 곳으로 유명해서, 관광삼아 놀러가 본 적은 있었지만, 역사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걸 알게 된 게 재미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값진 발견은, ㅌㄹ마을 주민들도 동의할 것 같은데...
_M#]
@ 헉! 그나저나 2월 포스팅 24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거의 한 개 꼴로 포스팅한 거? 나 역시 ㅌㄹ마을 '참언론인상' 받을 자격 있었던 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