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킥>이 전형적인 신데렐라 캐릭터에 대한 일종의 전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안티-신데렐라' 스토리였으며, (그러고 보면 '신'씨 성의 신세경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던 거 아냐? ㅋ) 최근에 주류 역사에서 배재된 비주류적 인물의 삶을 다루거나, 주류 역사의 관점을 벗어난 비주류적 역사관을 보여주는 서사가 허구적 서사물에서도 좀 더 풍성해지는 것 같다. 너무 노골적인 시도인지는 몰라도 KBS에서 새로 방영하는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도 그런 종류의 대안 서사인 듯. <지붕킥>의 신세경이 다른 종류의 '신데렐라'를 보여주면서 다른 종류의 신데렐라 서사를 만들어냈다면, 이 드라마는 신데렐라의 '(이복)언니'의 삶에 초점을 맞추려는 시도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 항상 착한 아이 역할만 해왔던 문근영이 신데렐라의 '언니' 역할을 맡으면서 보여주는 저돌적이고 반항적인 면모가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은데. 발상은 참신한데, 극을 끌어가는 힘을 잃어서 결국엔 실패하고 마는 드라마들도 종종 있었으니까 초반만으론 판단하기 어려울 듯. 그래도 약간 기대가 된다.
원래는 손예진이 나오는 <개인의 취향>을 보려고 했으나, 첫등장부터 '민폐' 캐릭터의 성격이 너무 강한 손예진의 등장에 다소 실망을 한 데다, 여러 가지 세부사항에서 차이가 있을 거라는 건 알지만, 전통가옥에 사는 건어물녀라는 그녀의 캐릭터 설정이, '건어물녀'라는 용어 자체가 처음으로 등장했던 일본 드라마 <호타루의 빛> 설정과 너무 똑같아서 약간 표절의 냄새가 난다. 게다가 그 집에서 원치 않는 동거(?)를 하게 되는 남자 캐릭터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전 깔끔한 남자라는 점까지도 그렇고. 전개될 내용상 표절이란 건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 표절의 냄새를 풍기면서까지 그런 설정을 한 건 오히려, 원조 건어물녀 드라마를 분명히 보았다는 사실을 공표하면서 그와 동시에, 그 드라마와는 분명히 다른 이야기를 풀어갈 거라는 도전인 건지 뭔지. 궁금증이 살짝 들긴 하던데.
암튼 난, <신데렐라 언니>가 너무 뻔한 설정으로 흐르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 (왠지 이런 기대를 곧 저버릴 것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