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green-eyed monster

review/drama 2010. 4. 2. 09:13
"왜 그럴까요... 어째서 사귀기 시작해서 상대와 마주한 순간, 질투나 속박, 불신감 같은 그런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나는 걸까요?"

- <호타루의 빛>, 8회


한두 달 전엔가 시작해서 보다가 약간 심드렁해져서 결말을 안 보고 말았었는데, '건어물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생각나서 '건어물녀'의 기원인 <호타루의 빛> 남겨뒀던--이라기보다 남겨'졌'던-- 3편을 마저 봤다. 역시 예상됐던 결말. 마지막회의 마지막 10분이 안 나왔더라면 무척 성숙하고 쿨한 결말이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에 로맨스가 매듭지어지지 않고 끝나면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분노했겠지. 그래도 일본은 아무리 봐도, 드라마든 영화든 보면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감성이나 감각이 훨씬 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결론은 결론이지만, 저 평범한 대사... 우리는 욕망이니 사랑이니 뭐 그런 게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라고 하지만, 난 아무리 봐도 질투나 불신 뭐 그런 게 훨씬 더 보편적인 것 같다. 물론 '사랑'이나 '욕망'의 범위가 훨씬 넓고, 그렇기 때문에 질투나 불신까지도 사랑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겠지만, 굳이 구분해서 보자면 뭐 그렇다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경험은 모두에게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질투하거나 불신하는 건 훨씬 더 쉽고 잦고 보편적이지 않나. 심지어 사랑하는 대상일수록 그런 감정이 수반되기도 쉽고. (뭐 불교에서 깨달음의 정도가 높아질수록 '마구니' (일종의 악귀)가 나타나기 더 쉽고, 나타나면 더 강력한 놈이 나타난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일부일처제에서처럼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 한다,는 신화 아래에서 정당화된 '독점적 소유욕'이 그런 것을 '강화'해준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제도만의 문제도 아닌 것 같다. 오셀로가 순결한 아내를 죽인 것도 질투 때문이었고, 조선시대 부인의 칠거지악 가운데 '투기'가 포함되어 있던 거 보면 질투라는 건 일부일처 내에서만 작동하는 감정은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물론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온, 인간을 괴롭히는 정신적 고통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고. 그리고 질투란 사랑하는 대상을 공유(?)해야 하는 것을 싫어해서 나오는 감정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생기기도 하지만 어쨌든.

도대체 사랑이란 녀석은 진짜지 왜 이 녹색 눈의 괴물을 이렇게 달고 다니다 어김없이 뒤늦게 등장시키는 거지? 사랑과 질투의 상관관계는 대체 무엇인 게야. (그렇다고 내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는 건 아니고- 그냥 평소에도 궁금했던 보편적 의문. 개인적으론 물론 관계에 따라 질투를 전혀 느끼지 않는 상황도 있었지만, 그래도 모를 일. 그리고 관계가 더 지속됐더라면 어찌 됐을지 이젠 확인조차 할 길도 없고. 물론 또 다른 경우에 따라선 질투에 완전히 눈이 멀기도 하고- )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