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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석이 원맨밴드인 루시드폴이 되기 전에 했던 밴드 미선이. 나는 어쩐지 그 밴드의 대표곡(?)이라고 할 만한 'Sam'이나 '송시'보다 항상 '시간'이라는 곡이 더 좋았다. 이 곡은 시간의 여러 가지 속성을 잘 보여준다. 촛농처럼 떨어져 내려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무겁게 내리누르기도 하고, 그러다 때로는 흘러가기도 하고.
그리고 사람에게 정말로 시간이 '흐른'다면, 그리움에도 미움에도 메이지 않고 정말 '사랑없이 미움없이 미련없이 의미없이'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으로 돌아가는 것, 기억에 소환되어 그 순간을 사는 것은 항상 시간에 끄달리는 것이고, 시간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이며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그 시간이 정말로 흘러간 것이 아닐 것 같다. 우린 항상 누군가에게 악취가 나는 존재가 아닌 향기로운 존재로 남으려고 기를 쓰지만, 사실은 누군가에게 공기처럼 무색무취의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노래를 들으면 유독 시간을 흘러가게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