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환골탈태?

a day in the life 2010. 5. 3. 11:22

라니 언니도 이름을 바꾸고 싶어 고민 중인 것 같던데, 나도 요새 좀 그렇다. 파피루스라는 아이디를 아주 오랫동안 --실은 내가 인터넷이란 공간에 발을 들여놓은 그 순간부터 줄곧-- 써왔지만, 그래서일까, 그 이름에 왠지 나를 자꾸 예전의 나로 묶어놓는 것들, 예전의 나를 자꾸만 환기시키는 것들이 결부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좀 무겁게 느껴진다. 그 무게를 털어내고 싶은 기분. 이름 따위 바꾼다고 사람이 바뀔 수 있는 거라면, 너무 쉽기 짝이 없는 것이겠지만- 그리고 아이디를 바꾸기가 무엇보다 어려운 이유는, 역시, 내가 이미 지금의 내 아이디로 나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익숙해져 있다는 점. 입에 붙은 이름을 바꾼다는 게 참 쉬운 노릇은 아니다.

어쨌든 그래도 생각해 본 것은 두어 가지 정도. 우선... 벨로를 진저리치게 했던 산스크리트어 단어인 ksanikatva(크샤니카트바). 바로 이 블로그 주소의 'momentariness'에 상응하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라는 장점(???)이 있지만, 역시 대중성이 너무 떨어지겠지? ㅋ 뭐 그치만 대충 잘라서 불러도 되지 않을가 싶기도 하고. 어차피 지금 아이디도 두 글자로 많이 잘라 부르니까. 그 다음에, 가장 진지하게 고려했던 것은, 풍경(風磬)을 의미하는 영어단어인 "windchime(윈드차임)". 이 아이디의 장점은 내가 어차피 벨로가 만들어준 풍경 모양 블로그 아이콘을 이미 쓰고 있으니, 아이디를 바꾸면 이제 비로소 명실상부해지리라는 의미가 있다는 점. 아니면 영어 단어 대신 한국어인 '풍경'을 그대로 쓸까 싶기도 하고.


내가 유독 고즈넉한 산사에 걸려있던 풍경,이란 것을 좋아했던 이유는, 물 속이 아닌 그 처마 끝에 뜬금없이 하늘을 향해 달려있던 물고기,라는 것 때문이었다. (다른 모양도 물론 있긴 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본 산사의 풍경은 물고기 모양이었고 지금까지도 그것이 가장 좋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세계에 속해 있던 그 존재가 주던 의연함? 쓸쓸함? 아니면 그냥 생뚱맞음? 무엇이 됐든 세상에 잘 '적응'하지 않은/못한 듯한 그 충돌감, 이물감이 좋았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소리가 담겨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소리가 담겨 있지 않은 것도 아닌, 풍경의 소리나는 원리 또한 좋았다. 그저 허공에 매달린 두 조각 쇳덩이에 불과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바람과 만났을 때 비로소 울림을 만들어 공기를 가르며 퍼져나간다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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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로써 '제일파프'라는 별명도 자연스럽게(?) 떼어내려는 책략!?ㅋ
암튼 바꾼다면, 바뀐 아이디로 과연 부르게 될까?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