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어떤 완벽주의

grey room 2010. 5. 6. 16:48
물론 미국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에는 This American Life 같은 흥미로운 것도 있지만, '저건 대체 뭔가?' 싶은 쓸데없는 것들도 그만큼 많다. 얼마 전엔 케이블 방송을 통해, 줄리아나라는 어떤 연예 방송 전문 진행자 겸 리포터의 결혼식 준비 과정을 보여주는 걸 얼핏 보게 되었다. 도대체 자기 결혼식을 방송이 소재로 삼고 싶은 건 대체 무슨 질병일까? 그런 거야말로, 굳이 해야 돼서 한다면, 가능한 한 자신에게 의미있고 소중한 사람들하고만 나누고 싶지 않은가?

그리고 실제 신부들이 어떤지 몰라도, 미국 영화 속에서 종종 자기만의 완벽한 결혼식을 소녀시절부터 꿈꾸어 왔다는 여성들이 등장하는 걸 본 적도 있고, 그것이 미국의 여성들에겐 '정상적' 여성상의 규범 가운데 하나인 것도 같은데, 이 여자는 전형적으로 그런 여자였다. 결혼식 피로연장 테이블보의 색깔이 사진과 약간 틀리다고 무슨 비상사태라도 생긴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어대는 것부터 시작해서, 테이블마다 500송이의 붉은 장미를 뭉쳐놓은 거대한 뇌같은(-_-;) 꽃장식을 중앙에 '놓아야만 한다'고 주장하며, 내 결혼식은 '완벽해야만 해, 완벽해야만 해'를 끝없이 되뇌는 그 여자를 보며 --그 여자를 겨냥해서 악담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저런 사람은 누군가와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가 모두 완벽'해야만 한다'고 외쳐대는 사람이라면, 작은 티 하나라도 눈에 띄는 순간, 그걸 견딜 수 있을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티끌 하나 흠집 하나쯤은 --물론 하나 정도가 아니겠지만ㅋ-- 있을 텐데. 완벽에 대한 결벽증에 가까운 집요함 없이도, 그런 것들은 그때그때 거슬리기 마련일 텐데, 완벽만을 외쳐대는 사람이라면 '이건 완벽하지 않으니까'라며 순식간에 그걸 집어던지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것 같았다.

암튼 그, 여자들의 '완벽한 결혼식' 증후군, 그건 대체 뭘까? 볼때마다 갸웃거리게 된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