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누구시더라?

grey room 2010. 5. 8. 11:36
"기억이란 늘 제멋대로다. 초등학교 5학년 문집 속에서 본 나의 꿈은 타인의 꿈처럼 생소하다. 그 글을 쓴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같을까?"

...라는 <연애시대> 속 은호의 대사에는 '지난 날의 보잘 것 없는 일상까지도 기억이란 필터를 거치고 나면 흐뭇해진다.'는 말까지 덧붙어 있다. 기억의 필터를 거친 지난 날이 딱히 흐뭇해지는 건 모르겠으나, 과거의 내가 정말정말 생소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도대체가 뭔가를 버리거나 지우지 못하는 성격이라 옛날 이메일도 주소를 이리저러 옮겨다니면서까지도 단지 '창고'의 의미로 살려둔 계정이 많은데, 불과 몇 년 전에 쓴 이메일을 봐도, 그 글을 쓴 사람이 나라는 생각이 안 든다. 이 문체의 발랄함, 삶의 유쾌함이 대체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갸웃거리게 될 정도로, 그 글을 썼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사람 같이 느껴진다. 아마도 그 순간의 나를 바라보는 건 교복을 입고 버스 안에서 깔깔대는 10대의 소녀들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기분인 듯하다. '너희는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웃을 나이라더니 과연 그렇구나. 사는 게 정.말. 그렇게 재미있니?'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