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일부 대학강의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iTunes U를 통해 버클리대학의 근대일본문학 강의 하나를 최근에 듣고 있다. 최근 미시마 유키오 소설을 읽으면서, 대학에서 이런 걸 가르치는 사람들은 어떤 관점을 제시할까 새삼 궁금증이 생겨서 듣게 되었다. (그런 한편, 직접 강의를 듣거나 논문을 찾아서 읽기는 귀찮아서 듣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학부생을 위한 개관 수업이라 굉장히 단순화되면서 설명되는 부분이 있고, 학생들의 다분히 랜덤한 질문에 장황하게 대답을 하느라 시간을 많이 쓸 때가 있긴 한데, 명쾌한 점이 장점인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으되, 그저 자신이 즐기는 일에 대한 흥으로 하는 것이지, 그 열정을 '강요'하거나 자신의 지적 우월성으로 상대를 위압하려들지 않는 태도가 좋다. 간만에 강의실에 발을 들여 그런 강의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 젊은이들의 웃음소리 같은 게 나쁘지 않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떤 젊은이들의 치기어림과 어떤 노인들의 철없음 사이에서 고민하다 보면, 내가 과연 젊은이처럼 살고 싶은 것인지 나이가 들어가고 싶은 것인지 갈팡질팡할 때가 있다. 혹은 섣부른 감정의 치우침을 따라 누군가를 변덕스럽게 미워했다 좋아했다하는 미숙함이나, 대의나 명분을 위해서라면 감정의 진실함 따위는 묵살한 채 누군가를 대할 수 있는 소위 성숙함 그 어느쪽에도 동의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터무니없는 바람이라 해도 역시, 젊은이들의 싱그러움과 풋풋함은 간직하되 노인들의 어른스러움과 여유를 얻어가며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

허나 이 강의에 대해 애석했던 점은... 미시마 유키오에 관한 미스테리는 별로 해소된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는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는 사실 몇 가지는 알게 되었다. 55년부터 죽을 때까지 '신체단련'(시쳇말로 하면 '헬스')에 열중했고, 아름다운 신체에서 아름다운 정신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몸이 더 이상 건강해지는 대신 쇠해가는 40대가 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라도-- 죽어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것 등. 그리고 할복자살 부분 듣는데, 직접 화면을 보는 것도 아닌데도 어찌나 속이 메스껍던지.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