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역사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기록하고 배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과연 우리는 역사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이 많다. 우리는 과연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가. 역사야말로 우리가 그치지 않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 그러므로 우리가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마치 언젠가 죽을 운명을 알고도 삶을 버릴 수 없는, 그저 살아가는 자의 숙명 같은 것이 아닐까. 역사란,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그래도 살아가겠는가'라는 물음, 혹은 '그래도 살아가야한다'라는 되뇌임인 것은 아닐까. 절망과 좌절보다 헛된 희망이 더욱 잔인한 것임을 무수히 환기하게 해주는 각성상태의 유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