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이런 일들

a day in the life 2010. 6. 1. 23:52

1.
며칠 전 보세(요즘도 이런 말 쓰나?) 옷가게에서 셔츠를 하나 샀다. 화장도 안 한 상태였는데도 매장에선 못 입어보게 해서, 결국 집에 와서 입어봤다. 그리곤 전혀 몰랐는데, 아침에 다시 입으려고 보니 등쪽에 구멍이 두 개 나 있었다. 내가 못 봤던 거든가, 아마도 --정말 추측에 추측을 더해보자면-- 옷을 입어볼 때 브래지어 고리에 걸렸던 모양이다. 설사 후자의 경우라 해도 10년 가까이 옷을 사입어 봤어도 그런 일은 정말 난생 처음이었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며 교환해 줄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점원이 일단 갖고 와 보라고 해서 갖고 갔다. 그러나 옷을 살펴본 점원은 옷이 안쪽에서부터 뜯겼으며 그런 이상이 있었다면 자기가 포장해 줬을 때 못 봤을 리 없기 때문에 내 잘못이라  결국 교환해줄 수 없다고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입어보기 전에 나도 철저히 확인하지 않았으니, 내 잘못도 '전무하지는' 않다고 생각했고 역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의 의미를 곱씹으며, 나같은 애는 어쩔 수 없이 상식적인 교환과 A/S가 가능한 '상표' 있는 상품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론이야 그렇게 내렸지만, 돌아오는 길에도 내내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당연히 교환이 안 될 상황도 염두에 뒀기 때문에 단지 교환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바로 전날 저녁 산 옷이니, 입고 하루종일 돌아다녔던 것도 아니라는 게 상식적으로 판단이 될 상황이었지만, 혹시라도 내가 며칠동안 실컷 입고 돌아다니다 딴 소리 한다고 할까봐 옷을 산 다음날 아침에 바로 전화까지 하고 갔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거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내가 환불이라도 해달라고 할까봐 미리 겁을 먹어서인지 어떤 건지 점원은 나를 아주 양심도 없는 범죄자(?) 취급하며 처음부터 공격적인 태도로 이야기를 해서 화가 치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교환 안 되도 어쩔 수 없지만 말도 한 번 못 해 본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얘기를 한 거 였는데, 감정적으로는 말을 안 꺼낸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나았다. 사이즈 확인 때문에 한 번 입어본 옷의 올이 그렇게 걸려서 나가는 건 아무리 겉보기엔 멀쩡했어도 옷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보다 더 타이트한 옷을 '몇 번씩이나' 입어도 그런 일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난 화를 내면서 말을 꺼내지도 않았고, 단지 '교환이 가능하겠냐'고 물어봤을 뿐인데도, 사람을 죄인 취급하면서 나에게 대뜸 공격적으로 나오던 그 점원에게, 그깟 돈 돌려줄 필요도 없고 이딴 옷 입고 싶지도 않으니까 너나 가지라고 던져주고 올 걸, 그러지 못한 게 돌아오는 내내 억울할 뿐이었다. (에이. 못된 심보하고는-_-; 그치만 아무리 생각해도, 백화점에선 그 정도 정황이었으면 환불해줬을 거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어제 저녁엔 지하철에서 아는 선배를 봤다.  사실은 대학 때 룸메이트였고, 한때는 상당히 친한 사이였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마주서서 이야기하는 그 선배를 보고 잠깐 반가운 생각이 들어 인사를 하러 갈까,했다가 그냥... 귀찮아서... 못 본 셈 쳤다-_-; 어차피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의례적인 인사나 나누고, 혹 전화번호가 바뀌었는지 확인이나 하고... 그 이후에 다시 만나기도 힘들 텐데, 굳이 그런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싶은 회의가 들었다. 왜 이렇게 점점 귀차니즘의 강도가 높아지는 건지 모르겠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