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인내심을 발휘하여 한 고비를 넘기고 났더니 줄리언 반스의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의외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캐릭터들이 등장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서사가 있는 소설이라고 말하긴 힘들고, 넓은 의미에서 일종의 잠언집이나 픽션의 형식을 띈 아마추어 문화비평 같은 걸로 생각할 수 있을 듯. 문화비평이라고 한 이유는, 이 소설 속 화자가 플로베르의 삶이나 소설과 관련된 '문학계'의 이른 바 전문적 접근에 대해 던지는 날카로운 코멘트에서 문화비평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흥미로운 발언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 문학자들이 문학을 대하는 과도하게 경직되고 진지한 태도에 대해, 줄리언 반스가 작가로서 느꼈을 것 같은 불편함이나 우스꽝스러움을, 퇴역 의사이자 플로베르 애호가인 화자 제프리 브레이스웨이트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구절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그래서 지하철이나 밖에서 책을 읽다가 키드니에게 빌린 책이기 때문에 줄을 치진 못하고, 가방 귀퉁이에 구겨져 있던 어떤 카드사 광고 전단을 마구잡이로 찢어서 이 페이지 저 페이지에 꽂아놓은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ㅋ (하루는 지하철에서 그러고 있는 내 모습을 옆자리 아주머니가 '쟤 지금 뭐하냐?'는 의문을 담아 물끄러미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느끼기도.) 그렇게 꽂혔던, 혹은 꽂았던(^^) 구절과 단락 몇 개.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