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많은 정리를 했다. 처음엔 쌓아놓고 읽지도 않는 오래된 대학시절 인쇄물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공책들, 쓰다 만 편지나 일기를 추려내고 버렸고, 요즘은 다시 보지 않고 듣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이나 음반들을 정리하고, 간혹은 그러다 오래된 사진첩이나 수첩을 뒤적이기도 한다. 수첩을 들추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고 싶은 것들, 해야 하는 일들 따위를 해마다 강박적으로 기록해놓은 것을 간간히 보게 된다. 내가 마치 당장 내일이라도 치매나 기억상실증에 걸려 기억을 몽땅 잃어버려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조차 없게 되어 버릴 것처럼 그렇게.
그리고 나에게 정리해고당한 책들, 혹은 차마 버리진 못했지만 책장에 꽂혀 있는 어떤 책들을 보노라면, 그들이 구성하는 '과거의 나'라는 존재가 마냥 낯설게 느껴진다. 고등학교 때까지 읽었던 소설책들, 그리고 언젠가 문학평론가가 되고 싶다며 대학 때 사읽었던 난해하기 짝이 없는 이론서들이나 국문학 관련 서적들, 그리고 최근에 주로 책장을 채운 조선시대 문인들의 글이나 사서삼경 같은 한문 고전들. 그 책들의 무더기 속에, 한때 내가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한 채 시간의 새장 속에 갇힌 과거의 나'들'이 있는 것만 같다. 그 책들 속에서만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내지만, 더 이상 나이를 먹지도 않고, 그저 그 시간 안에만 존재하는, 이제는 낯설어진 이들이.
그런 면에선 변화나 시간이란 확실히 단선적이거나 직선적이지 않은 것 같다. 왠지 나는 과거의 그 존재들'로부터' 변화해 왔다기보다, 한때 알았던 어떤 이들을 떠나듯, 그들을 어딘가에 두고 떠나온 것 같다. 그들은 다른 시공간 속에 존재하지만, 그들과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지금의 나란 존재가 이렇게 순간순간 그들을 마주 볼 때가 있는 것만 같다. 아, 당신이란 사람이 존재했군요,라는 그런 기분으로. 당신은 늘 그렇게 또 존재하겠지. 내가 또 누구를 어디에 남겨 두고 떠나든.
그리고 나에게 정리해고당한 책들, 혹은 차마 버리진 못했지만 책장에 꽂혀 있는 어떤 책들을 보노라면, 그들이 구성하는 '과거의 나'라는 존재가 마냥 낯설게 느껴진다. 고등학교 때까지 읽었던 소설책들, 그리고 언젠가 문학평론가가 되고 싶다며 대학 때 사읽었던 난해하기 짝이 없는 이론서들이나 국문학 관련 서적들, 그리고 최근에 주로 책장을 채운 조선시대 문인들의 글이나 사서삼경 같은 한문 고전들. 그 책들의 무더기 속에, 한때 내가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한 채 시간의 새장 속에 갇힌 과거의 나'들'이 있는 것만 같다. 그 책들 속에서만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내지만, 더 이상 나이를 먹지도 않고, 그저 그 시간 안에만 존재하는, 이제는 낯설어진 이들이.
그런 면에선 변화나 시간이란 확실히 단선적이거나 직선적이지 않은 것 같다. 왠지 나는 과거의 그 존재들'로부터' 변화해 왔다기보다, 한때 알았던 어떤 이들을 떠나듯, 그들을 어딘가에 두고 떠나온 것 같다. 그들은 다른 시공간 속에 존재하지만, 그들과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지금의 나란 존재가 이렇게 순간순간 그들을 마주 볼 때가 있는 것만 같다. 아, 당신이란 사람이 존재했군요,라는 그런 기분으로. 당신은 늘 그렇게 또 존재하겠지. 내가 또 누구를 어디에 남겨 두고 떠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