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ㅌㄹ마을 주민들사이에 논란(?)이 되었던 '맞히다'와 '맞추다'의 맞춤법.
1.
일단 '맞히다'는 '옳다'라는 의미의 '맞다'의 사동사이다.
말하자면,
'답이 맞다'(주어+동사)를 사동사 표현으로 전환하면
'답을 맞히다'(목적어+동사)가 되는 셈이다.
2.
반면 '맞추다'는 두 개 이상의 대상을 놓고 비교하여 아귀나 조각이 들어맞게 하는 것을 말한다.
'맞추다'의 경우에도 답을 목적어로 사용해서 '답을 맞추다'로 쓸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 의미는 '답을 맞히다'처럼 옳은 답을 골라냈다는 것이 아니라,
답이 같은지 다른지를 비교해보는 행위에 국한된다.
이 경우엔 정답과 자신의 답안지의 답을 비교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지만,
두 명의 학생이 자신들의 답을 가지고 서로 비교해 보는 행위 역시 포함된다.
그러므로 '맞추다'라고 말할 땐 옳은 답을 고르는 것과 절대적으로 결부되지 않는다.
'맞춤법'에 대해 '맞히다' 대신 '맞추다'라는 동사를 쓰는 이유는,
'맞추다'가 일정한 기준을 두고 대상이 그것에 어긋나지 않게 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맞춤법은 정해진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을 설정하고 그것에 맞춰 표기법을 통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번과 2번 항목을 정리해서 예문으로 표현해 보자면,
중간고사 수학 답안지를 맞춰 보니, 역시나 난이도가 가장 높았던 5번 문제의 답을 맞힌 학생은 다섯 명도 안 된다.
3.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맞히다'는 항상 '맞다'의 사동사인데,
'맞다'라는 동사 자체가 '옳다'라는 의미 외
다른 의미를 가진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답을 맞히다'에만 사용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때리다'는 행위에 상응하는 행위로서의 '맞다'나,
'눈/비를 맞다'의 의미처럼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와 접촉하는 행위로서의
'맞다'에 대한 사동사로서 '맞히다'가 있을 수 있다.
'아이가 공에 맞다'의 사동사 표현으로 '공이 아이를 맞혔다.'가 가능하고,
주어와 능동 동사의 결합이라면 '난 주사를 맞았다'였을 것을
사동의 의미라면 '아이에게 주사를 맞혔다'처럼 쓰는 것도 가능하다.
'맞추다' 역시 다른 정의들도 있지만, 여기서 일일이 거론하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