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거짓말

grey room 2010. 6. 29. 21:44

거짓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는 사람은 두 가지 면에서 어리석고 이기적이다. 일차적으로는, 당연히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그리고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다른 사람들 앞에 드러낼 자신이 없는 자기 마음을,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실망할까 봐 두려워서 그랬다는 말로 포장하기 때문이다. 실은 자기가 상처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기 싫었다는 말로 그 감정을 정당화하다. 그리고는 결국 그 '거짓말'조차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서 뒤늦게 소위 ‘진실’을 밝히면서는,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하면서, 자기 마음만 편하자고 상황을 제어하고 감당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해 버리기 때문에 또 한 번 어리석고 이기적이다.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게 될 것은 안중에도 없이 결국 자기 하나만 정당하면 된다는 것으로 모든 일을 무마해 버린다.

어떤 의미에서는 어떤 일도 끝까지 해낼 줄 모르는 사람이 결국 거짓말조차 끝까지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실 거짓말이라는 것에 대해 그 어떤 윤리적 규범도 작동하지 않는 병적인 거짓말쟁이나 위선자가 아니고서야, 거짓말을 끝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제 한 몸 편하고 싶은 이기심과 엉성한 윤리의식이 충돌하면서 거짓말과 진실 사이를 어지럽게 왕복한다. 거짓말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에 잘 모를 때에는 일을 좀 편하게 눙쳐서 넘기기 위한 이기심에서 출발했다가, 점점 알아가면서 그렇게 했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고 그 가책의 무게를 덜어내긴 위한 이기심으로 그것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 일종의 정해진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문제에 대한 가장 간소한 해결책은 결국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사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면에서 나 자신은 대단히 무능하면서도 비겁한 인간이지만.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