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Men ★★★★★
현대의 월스트리트맨들에게 버금갈 만한 부와 명성을 누렸던 것으로 추측되는, 60년대 미국의 광고계를 휘어잡았던 매디슨 에비뉴의 광고기획사 사람들과 그 주변인물들을 통해서 보는 달콤쌉싸름한 인생. 다분히 우울하고 무거우며, 1편을 넘기는 데엔 힘이 약간 들기 때문에 그 점은 처음에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할 것. 하지만 캐릭터와 서스펜스를 찬찬히 형성해가면서 사람을 흡인하는 힘이 엄청난 --가히 최고의-- 드라마. 매 시즌은 '딱' 13편으로만 구성되는데, 이미 3시즌까지는 완결됐고 7월 25일부터 4시즌 방영을 시작했다. 이 드라마에 관해서는 이미 열광적 예찬론를 한 번 쓴 적 있어서 이 정도 선에서 정리.
Criminal Minds ★★★★★
이건 범죄 수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야 즐길 수 있을 듯. 정신분석학적 인물분석을 바탕으로 특정한 패턴을 가진 연쇄 살인범을 주로 추적하는 FBI내 특수 수사팀인 BAU(Behavioral Analysis Unit)을 중심으로 한 수사물인데, '연쇄 살인범을 주로 추적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유혈이 낭자한 잔인한 장면들이 종종 등장하는 걸 피해갈 수 없다. 난 피 나오는 장면 보는 건 무서워하지만 이상하게도 범죄수사물만큼은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중학교 때는 피어스 브로스넌을 한국에 제대로 알린 '레밍턴 스틸'을 완전 사랑했고, 대학 때는 Law & Order를 즐겨보고, 좀더 나이가 들어서는 그리섬 반장이 등장한 CSI도 많이 봤다. (이젠 CSI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부끄러운 과거가 되긴 했지만-_-;;;) CSI가 너무 후까시와 드라마틱한 요소가 강하고, Law & Order는 너무 진지한 정극이라면, Criminal Minds의 정서는 그 중간 정도가 되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함.
주인공들이 단지, 나쁜 놈들은 거리에서 모조리 쓸어버리겠어,라는 정의의 사도로서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성찰, 무엇보다 그런 일을 하는 자신이 과연 자신들이 잡아넣는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있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매 회의 시작과 끝을 묶어주는 유명인들의 인용구와 그 말을 통해 각 회를 숙고해보는 것도 이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이다. 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6명의 필드웍을 하는 FBI요원과 1명의 컴퓨터 전문가가 팀을 이뤄서 함께 작업을 하는데, 팀원 각각의 개성이 아주 강해 그들 사이의 역학관계를 보는 것이 재미있다. 보통 드라마에 인물이 들고 나면서, 좋아하는 캐릭터가 빠지면 재미가 반감하기도 하는데, 이 드라마는 그런 변화를 겪었는데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 개성 강한 캐릭터를 투입해 왔다고 생각된ㄷ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1시즌부터 등장했던 캐릭터들. 완전 천재 너드(nerd) 캐릭터인 스펜서 리드와 팀장 애런 하치너(애칭은 하치) 역의 토마스 깁슨. 6시즌이 시작되는 올 9월부터는, 범죄수사술이 인기를 얻으면 늘 그러하듯 --Law & Order, CSI, NCIS가 모두 그랬듯-- 포레스트 위태커가 팀장으로 등장하는 '스핀오프 시리즈'도 방영될 예정이다. 물론 난 토마스 깁슨이 팀장인 본편이 무조건(?) 더 좋지만. ;) 한 시즌은 대체로 20편 내외다.
Castle 과 Bones ★★★☆☆
이것은 한 작품은 아니고, 각각 다른 두 작품인 '캐슬(Castle)'과 '본즈(Bones)'에 대한 추천. 두 편 모두 범죄수사물이면서, 한 명의 여자 주인공과 한 명의 남자 주인공 사이의 로맨스의 요소와 코믹함이 녹아있다는 것이 나름대로 비슷해 그냥 같이 소개한다. '캐슬'은 범죄소설 작가인 리처드 캐슬이 우연한 기회에 소설을 위한 소재도 찾을 겸 케이트 베켓이라는 NYPD 형사와 함께 범죄를 풀어가는 스토리이다. 그리고 '본즈'는 뼈를 보면 그 사람의 나이, 인종, 병력 등을 포함한 그 사람의 과거사를 알아낼 수 있는 법의학 인류학자인 템퍼런스 브레넌이 FBI 요원 실리 부스와 함께, 뼈만 발견된 시체의 살인사건을 풀어내는 범죄수사물이다. '본즈'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다. 캐슬은 이제 2시즌까지 방영했고, 본즈는 5시즌까지 방영했다. 내가 아는 한 ㅌㄹ마을에선 나와 미아니가 이 두 가지를 모두 보았는데, 미아니는 본즈를 선호하고 나는 캐슬을 선호하는 편. 미아니가 본즈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 작품이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더 확실하고, 그래서 그 둘 사이의 긴장관계가 더 흥미롭기 때문. 내가 캐슬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캐슬의 주인공이 더 마음에 들어서- ^^; 문제의 캐슬의 남자 주인공은 위기의 주부 4시즌에서 케서린의 남편 아담 역으로 나왔던 배우, 네이선 필리언이다. 한편, '본즈'의 남자주인공 '부스' 역의 데이빗 보레아나즈(David Boreanaz)는 90년대를 휩쓸었던 뱀파이어 시리즈인 '뱀파이어 사냥꾼 버피(Buffy the Vampire Slayer)'에서 버피와 사랑에 빠진 뱀파이어인 엔젤 역으로 유명해진 배우다. 캐슬과 본즈 역시 크리미널 마인드(한국어 제목은 맨끝의 s를 뺀 발음으로 표기.)처럼 대부분 한 시즌이 20편을 넘는 작품들이다.
Firefly ★★★★☆
이 작품은 매우 특이한 장르 드라마로 영어로는 space western이라고 표현했던데, 우리말로 옮기자면 SF 서부극이라고 할 수 있을 듯. (SF가 엄밀한 의미로 우리말이냐고 따지면 곤란하긴 하지만, 사실 Science Fiction을 SF라고 부르는 건 영어가 한국어에 도입되면서 생긴 관습에 가깝다. 마치 영화 수록곡을 original soundtrack를 줄여서 OST로 부르는 것이 그러하듯 한국어에서만 쓰는 영어 약어가 있다. 영어로는 그냥 Science Fiction이라고 하거나 Si-Fi라고 한다.) 암튼 이 작품은 2517년, 지구를 떠난 새로운 은하계에서 우주비행선을 타고 살아가는 인류의 이야기. 지금과 전혀 다른, 상상된 인류의 새로운 조직도를 보는 독특한 재미가 있으나, 서부극의 느낌이라 화면이 다소 황량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극적인 사건들을 다루는 데도 불구하고 진행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다. 그래서인가, 2002년에 1시즌만 방영된 채 끝나버려서 많이 봐야 할 부담은 없다는 것이 나름의 장점이다. 그래도 난 재밌게 봤는데, 그건... 캐슬의 주인공인 네이선 필리언이 주인공인 작품이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러나 이 작품 역시 매니아 팬층의 덕분인지 드라마의 후속편 격으로 2005년에 "세레니티(Serenity)"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되어 줄곧 미스테리에 싸여있던 리버의 비밀이 밝혀진다.
Fringe ★★★☆☆
이것 역시 범죄수사물. 이 시리즈는 X-File과 CSI 정도의 결합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FBI 수사관인 여주인공이 주로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현상과 사건에 부딪친다는 점에선 언뜻 엑스파일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이면의 과학적 원인들을 파헤친다는 점에선 CSI, 어쩌면 반(反)-엑스파일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Dawson's Creek의 '나쁜 남자' 페이시였던 조슈아 잭슨이 몇 편의 영화를 말아먹은(?) 뒤, 재기에 성공한 작품으로 볼 수 있을 듯. 뭐, 개인적으로 작품성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미간을 찌푸린 듯한 시니컬한 표정으로 웃는 조슈아 잭슨의 귀여움이 만개한 작품이라 보긴 하지만, 나름의 오락성은 있다. 다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초자연적' 현상 역시 비위가 약한 사람들에겐 충격적일 수 있으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볼 것을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리겠음.
Three Rivers ★☆☆☆☆
이 작품은 너무나 인기가 없어서 1시즌 중간에 2시즌을 방영하지 않기로 결정되면서 1시즌마저도 중간에 쉬었다가, 이미 찍어놓은 몇 편만 정리 차원에서 방영했다. 그런데도 굳이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다니엘 헤니가 처음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미드였기 때문. 잘 풀렸으면, 미국에서 자리 잡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너무 인기가 없어서 일찌감치 끝나버렸다. 어쨌든 설정은, 미국에서 장기이식 전문병원으로 명성이 높은 쓰리 리버스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의학 드라마다. 다니엘 헤니 외에도, 2007년 미국에서 방영되었으나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한 시즌만에 끝나버린 불운한 뱀파이어 드라마 Moonlight의 주연 Alex O'Loughlin과, 레즈비언들의 여러 가지 사랑과 삶을 다룬 퀴어 드라마인 L Word에서 셰인 역을 맡았던 Katherine Moennig가 주연으로 나온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문라이트도 쓰리 리버스도 모두 Alex O'Loughlin 주연이었는데, 1시즌만에 취소돼버리는 불운을 겪는 걸 보면 이 사람이 불운을 몰고 오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한. 그런데 문라이트는, 남자 주인공은 귀여웠지만 여주인공이 너무 넙데데하고 안 예뻤다. 실패의 원인을 찾는다면 그 여자를 탓해야 할 것! ㅋ 문라이트는 2007년에 시작했으니, 잘 됐으면 최근의 뱀파이어 열풍을 선도한 작품으로 평가됐을 텐데- 이 배우는 아직 자기 몸에 딱 맞는, 인생의 전기가 될만한 작품을 만나지 못한 듯.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문라이트'도 안 예쁜 여주인공의 얼굴을 견뎌낼 수 있다면 한 번 정도는 볼 수 있을 듯.
Chuck ★★☆☆☆
오스틴 파워스의 인기에 힘입어서인지, 코믹 스파이 계열의 영화나 드라마가 종종 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척(Chuck)'이 그 중 하나. (Chuck은 영어 이름 찰스(Charles)의 애칭 혹은 별칭으로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밀 미션의 내용이 중요한 진지한 스파이물이라기보다 스파이물을 빙자한 로맨스 드라마일 뿐. 주인공 척과 새라 사이의 밀고당기기가 이 작품의 주된 긴장 유발 요소다. 그걸 빼고 나면 앙꼬 없는 찐빵. 2시즌까지 열심히 챙겨보다가 3시즌 중반 이후로 급격히 지루해져서 마지막회도 보지 않았는데, 어쨌든 4시즌도 13편 더 방영한다고. 추측컨대 그쯤에서 끝나지 않을지.
Heroes(시즌 1만) 와 Supernatural ★★★☆☆
이것 역시 캐슬과 본즈처럼 각각 다른 두 작품. 히어로즈는 X-Men의 TV판 정도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난 인물들의 얽힌 운명이 갈마드는 정교한 스토리라인이 1시즌에서는 돋보였으나, 2시즌부터는 무너졌다고 해서 더 이상 보지 않았다. 1시즌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완결성이 있기 때문에 1시즌만 봐도 무방하다고 봄. (그 이후론 관심을 갖지 않아서 몇 시즌까지 제작되었는지 아예 알지도 못함.) 수퍼내추럴은 특별한 운명을 타고 나, 악마나 뱀파이어, 그리고 각종 악령을 소탕하는 것을 주된 직업으로 하는 형제 딘과 샘에 관한 이야기인데, 5시즌까지 나왔음. 인간의 육신에 씐 악마를 죽이는 것이 주된 업무이므로 찌르고 쏘고 피가 튀는 장면들을 피해갈 수 없음. 그리고 인류를 구원하는 임무를 떠맡은 형제의 이야기다 보니 어느 정도 감안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지만, 영웅 컴플렉스와 소위 마초스러움이 시즌이 거듭되면서 더 강해져서 3시즌 이후로는 좀 시들해지긴했다. 한 가지 여담을 덧붙이자면, 이 작품은 남자 둘의 로드무비라는 기본설정을 자신들의 컨셉으로 잡으면서 샘과 딘이라는 주인공 이름을,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의 샐과 딘을 염두에 두고 지었다고 한다.
House ★★★★★
너무 유명해서 더 이상 말할 필요조차 없는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소개할 정극은 하우스. 미국 드라마들은 우리 나라와는 달리 제목을 주로 주인공 이름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역시 그런 작품 중 하나.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도 신뢰도 없고, 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것도싫어하는 데도 불구하고 의사가 된, 시니컬한 괴짜 천재 그레고리 하우스라는 진단의학과 의사와 그의 의료팀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의학 케이스들. 하우스의 입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시니컬하고 날카롭고 기발한 말들에 쓰러지는 재미가 대단한 작품이다. 2004년에 시작해 올 가을 7시즌으로 돌아올 예정. 과연 그 이상 지속될 수 있을지 조금 회의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여전히 캐릭터의 재미와 작품의 긴장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으니 좀 더 지켜 볼 일.
지금까지 소개한 드라마들 가운데에도 코믹한 요소가 있는 작품들도 있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정극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무게는 감수하고 봐야 한다는 점에서 때론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 그럴 때 눈을 돌려야 할 곳은 역시 시트콤. 아래는 추천 시트콤 몇 편.
Dharma & Greg ★★★★★
개인적으로,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한 로맨틱 시트콤 계열 중에선 최고라고 생각하는 1997년 작. 2002년까지 총 5시즌이 방영되었다. Dharma는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 법(法)을 가리키는 불교용어인 '달마'인데, 특이한 히피 부부인 핑클스틴 가족의 딸이고, 그레그는 전형적인 미국 상류층 몽고메리 가문의 아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 남녀가 한눈에 서로가 소울메이트임을 알아보고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 부부와 가족들 간의 해프닝을 그린 드라마. 개인적으로 최고의 미국인 시트콤 배우라 생각하는 제나 엘프먼의 연기와, 지금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크리미널 마인드'라는 작품에서 어둠의 포스틀 풍기는 팀장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토마스 깁슨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추억의 시트콤이다. 오래 전에 봤는데도 너무너무 웃기게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 명작 중의 명작. (칭찬이 너무 과한가? ㅎ)
Accidentally On Purpose ★★☆☆☆
이 작품은 사실 앞에서 소개했던 '달마 & 그레그'나 다른 작품에서 제나 엘프먼을 좋아하게 된 팬들이라면 예의상(?) 재미있게 볼 수 있는 2009년 작품. 미국에선 시청률이 저조해서 1시즌만에 끝나버린 작품이다. 30대 후반의 커리어우먼인 빌리가, 몇 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끝내 청혼을 하지 않자 그와 헤어지고 친구들과 놀러갔던 클럽에서 22살의 남자를 만나 원나잇 스탠드를 한 것이 임신으로 이어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 남녀 주인공의 나이차가 격하게 많이 나서 아무래도 공감을 많이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아닐지. 그래도 제나 엘프먼도 그 매력을 여전히 잃지 않았고, 남자 주인공(Zack) 역의 존 포스터도 귀여워서 그들을 보는 재미만큼은 쏠쏠하다는-
How I Met Your Mother ★★★☆☆
딱 '포스트-프렌즈'라고 할 수 있지 않는 시트콤이 아닐지. 심지어 설정도 뉴욕을 배경으로 5명의 베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것. 물론 형식은, 이미 결혼을 해서 두 명의 아이의 아버지가 된 테드 모즈비가 두 아이들을 앉혀 놓고, 자신이 그들의 엄마인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된 경위를 이야기해주는 형식이지만, (바로 이런 설정에서 "내가 너희들 엄마를 어떻게 만났는고 하니"(How I met your mother)라는 제목이 나왔다. 그리고 이 형식만 놓고 보면 'The Wonder Years(케빈은 열세 살)'과도 닮았다. 다만 아버지의 사춘기 시절 대신, 대학 졸업 이후에 벌어졌던 삽질 연애담을 듣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겠지만.) 5시즌이 완결되도록 아이 엄마의 모습은 아직까지 코빼기도 안 비쳤고, 사랑에 목말라하는 주인공 테드를 포함한 5명의 절친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건을 주로 그리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한국어 제목은 '프렌즈'를 연상시키는 '아이 러브 프렌즈'다. 친구들과 떼거리로 함께 하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짓들도 항상 웃으며 할 수 있는 심리를 이해한다면 그들의 어처구니없는 짓들을 보는 재미가 나쁘지 않다. (ㅌㄹ마을 주민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커플과 싱글인 세 명의 남녀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오랜 커플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삽질스러운 일들이나, 싱글 남녀가 겪어야 하는 허접한 데이트, 가끔 스쳐가는 운명같은 사랑이라는 설정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라면 포인트랄까. 뭐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실없이 웃기 위해 볼만 한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미국의 청소년 드라마 '천재소년 두기'를 재미있게 봤던 추억의 미드 팬들이라면, 이 시트콤에서 장성한 두기 하우저 역의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남다를 것이다. (어찌 보면 외모는 '크게' 변하진 않았는데, 건전한 두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으니 그 점은 각오하셔야 할 것-) 이 시트콤은 5시즌까지 나왔고 올 가을에 6시즌이 방영될 예정이다.
Rules of Engagement ★★★☆☆
우리 나라에서는 '커플 수칙'이라는 제목으로 케이블에서 방영되기도 하는데, 적당한 번역인 것 같다. 제프와 오드리 빙엄 부부와,
결혼을 약속한 아담과 제니퍼 커플에다, 실없는 미혼의 카사노바 러셀과 그의 비서 티미가 중심이 되어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의 연속. How I Met Your Mother과 비슷한 설정이라는 느낌이 조금 있는 작품. 굳이 비교하자면 How I Met Your Mother에는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기혼의 커플이 등장하지 않지만, 이 시트콤은 제목이 제목인 만큼 결혼한 커플과 미혼의 커플 사이의 대비가 좀더 적극적으로 등장한다고 할까.
Everybody Loves Raymond ★★☆☆☆
어린 딸과 쌍둥이 아들이 있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레이먼드 바론과 그의 아내 데브라, 그리고 그들의 부모, 형제를 둘러싼 일상사를
다룬 가족 시트콤. 평범한 혹은 그 이하의 외모에 맹한 성격의 레이먼드와, 그의 가족 옆집에 살면서 이미 중년에 접어든 아들을
여전히 과잉보호하는 어머니, 그리고 전형적인 가부장적 아버지에다, 꺽다리에 희한한 목소리의 노총각 형 등 짜증날 것 같은 루저들의
집합이지만, 그것이 귀엽기도 하고 그것이 결국 웃음을 자아낸다는. 10시즌까지 방영한 장수 시트콤으로서 캐릭터의 힘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한 공감대는 분명 있다. 그러나 미국에 있을 때 TV에서 하도 많이 틀어줘서 저절로(?) 보게 된
것이지, 너무 재미있어서 내가 나서서 꼬박꼬박 챙겨본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가족 시트콤을 싫어한다면 별 재미는 없을 듯.
Arrested Development ★★★★★
역시나 가족 시트콤이지만 '평범한' 가족의 '일상사'를 다루며 어떤 난관 속에서도 가족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전형적 구도의 가족
시트콤은 아니다. 오히려 불쾌하고 불편할 수 있는, 콩가루 집안의 현실을 비틀어서 보여주는 다소 지적인 코미디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고, 컬트팬들을 낳은 특이한 가족 시트콤이다. 그래서 결국 열성팬들의 적극적 구명운동(?)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청률을 이유로 3시즌만에 막을 내렸다. 이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품 외적인 재미는, 바로 영화 <주노>에 등장하는 두 명의 남자 배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명은
주노의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던 부부 가운데 남편 마크 역을 맡았던 제이슨 베이트먼이고, 다른 한 사람은 주노의 친구/남자친구 폴리
플리커 역의 마이클 세라다. 이 시트콤의 부도덕적하고 이기적이고 멍청한 재벌가문 사람들 가운데 그나마 정상적인 윤리의식을 가진 주인공 부자(父子)이지만, 뭐 그들도 결코 평범치는 않다.
암튼 컬트팬들의 성원에 대한 보답인지, 2003년부터 방영되었다가 2006년에 종영되었던
이 작품이 현재 영화화되고 있어서 2011년 쯤에는 극장판을 만나볼 수도 있을 거라는 기쁜 소식이! ;) 이 작품과 더불어 아래에 소개할 <모던패밀리>도 그렇고, 나는 몇 편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평이 매우 좋은 <오피스> 같은 작품들이 모두 mockumentary (다큐멘터리 형식을 일부 차용해 패러디한 코미디,라고 할 수 있으려나. 주로 나레이션이나 인터뷰 등의 형식적 장치가 도입된다.) 장르인데, 혹시 <오피스>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이것도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시트콤엔 한국인 입양아가 등장하면서 한국을 무시하는 발언이 종종 등장해서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인이 보면 불쾌해 할지도. (어쩌면 그래서 한국에선 방영이 안 됐을지도 모르겠다.) 난 뭐 어처구니없는 대목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웃기더라는.
Modern Family ★★★★★
이건 사실 나도 쌘의 추천으로 --드라마를 보다가 보다가 더이상을 볼 게 없는 찰나에-- 보게 된 드라마다. 실은 예전에 다른 친구에게 한 번 추천받은 적이 있었는데, 첫 회가 별 재미가 없었고, 무엇보다 다른 시트콤에서 보고 너무 싫어했던 남자 배우가 등장해서 --배우 자체도 그닥 호감형의 얼굴은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그 캐릭터를 싫어했었다-- 딱 정 떨어졌었다. 그러나 쌘이가 강추하길래 다시 한 번 시도했는데, 이게... 완소 시트콤이었던 거 >_<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드라마의 한 재미 중 하나인지라 캐릭터 소개는 하지 않겠는데, 어쨌든 캐릭터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귀염성을 더한다는 것. 귀엽고 재밌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나랑 쌘이랑 정신 놓고 얘기하다가, 우리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려고 다가왔던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나에게 자기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의미로 결국 나를 쥐고 흔들게(?) 할 지경까지 갔다는- (자세히 설명 안 하면 이 상황이 더 크로테스크하게 느껴지려나? 암튼 그 자리에 있었던 벨로와 키드니, 쌘은 뭔 소린지 알 겨. ㅋ) 그리고 스포일러가 되니 내용은 얘기하지 않겠지만, 한 가지만 사실만 살짝 흘리자면 에드워드 노튼이 특별출연하는 에피소드는 This American Life에서도 소개가 된 적이 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였는데, 너무 웃기게 각색했다. ㅋㅋ 2009년에 시작해 아직 1시즌까지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ㅌㄹ마을 주민 모두에게 강추하는 최고의 시트콤. ㅌㄹ왕자님과 벨공주님도 주민들의 민심을 읽고자 하신다면, 얼른 다운받아 보시길 깊이깊이 바라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조언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벨로의 말처럼 우리 나라의 파일 다운로드는 상당히 저렴하지만, 그것마저도 더 절약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면 또-- 있다는 것이다. 판도라TV(pandora.tv)나 유투브 같은 몇몇 사이트에서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바로 볼 수 있는 영상을 제공하기 때문. 모든 작품을 다 찾을 수 있으리라고 장담은 못하지만, 판도라TV에서 검색을 해보면 무료로 자막까지 제공되는 TV프로그램을 상당 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Dharma & Greg 같은 작품은 지금처럼 다운로드 시스템이나 DVD가 성행(?)하기 전에 나온 작품이라 파일보다는, 인터넷에 올려진 영상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암튼 이 정도면, 나같은 드라마 중독자가 아닌 한 3년은 볼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일 것이라 사료되니, 그만 추천해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