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표현은 가끔 출처가 어디였을지 궁금해지는 관용구들이 많다. 오늘은 우연히 어떤 방송을 듣다가 'back to square one'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냥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로 쓰이는 표현이라는 건 너무 익숙해져서 잘 알고 있었는데, 문득 이 말이 왜 그런 의미를 갖게 된 거지? 라는 궁금증이 생기는 거다. 대체 '1번 네모'라는 말이 어째서 '원점'이라는 의미를 갖는 거지? 라는 난데없는 궁금증. 구문의 기원을 알려주는 웹사이트도 있었는데 설명이 좀 장황했고, 같은 내용을 위대한 위키신이 좀 더 간략히 정리해 놓았다. (Back to square one)
간단히 말하자면 3가지 정도의 설이 있는데, 2가지는 아이들의 놀이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점에서 유사하다. (네모 난 상자를 그려서 숫자를 그려넣고 하는 놀이인 hopscotch나 보드게임의 일종인 snakes and ladders)
hopscotch |
snakes and ladders |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영국 BBC에서 라디오로 축구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축구장을 8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각각의 구역에 숫자를 부여해 공의 위치를 알려주는 데 이용했다는 것. 그렇게 해서 최초로 중계했던 경기는 바로 아스날과 셰필드 유나이티드 사이의 1927년 1월 22일자 경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방송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그 전 주 Radio Times라는 잡지에 숫자를 붙여넣은 경기장 모형(?)을 미리 실어서 사람들이 경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back to square one'이 원점, 출발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갖게 된 것은, 바로 골킥으로 경기를 재개할 때 공의 위치는 항상 1번 네모에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그렇지는 않다. (뭐, 상자를 보면 알겠지만 골킥 후 공을 찰 수 있는 위치는 1, 2, 7, 8 네 군데라는.) 어쨌든 실효성이 별로 없어서인지 이 중계 시스템은 결국 아웃됐다고.
어느 설이 맞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렇게 해서 현재까지 남아있는 기록 가운데 이 표현이 등장하는 최초의 '문서상'의 기록은 1952년 Economic Journal.
그에게는 일종의 지적인 '뱀과 사다리' 게임에서 자꾸만 원점(1번 네모)으로 되돌아가고 마는 독자의 관심을 유지시켜야만 하는 문제가 있었다.
He has the problem of maintaining the interest of the reader who is always being sent back to square one in a sort of intellectual game of snakes and ladders.
이 구절을 보면 'snakes and ladders'라는 게임이 이 표현의 명백한 기원일 것 같지만, 문제는 이 게임의 속성은 1번 네모로 돌아가는 데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래서 그 표현의 분명한 기원은 미궁에 빠지고 말았지만, 그 기원이야 어찌됐든 이 표현은 (최소한)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살아남아 여전히 건재하고 있으니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일이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