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사람들이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사이에 기묘한 도식적 위계를 설정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항상 어떤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도식이 한 편에 있는가 하면, 슬픔 앞에서 기쁨은 항상 더 사소하고 공허한 것으로 보는 도식이 다른 한 편에 있는 것 같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보고 싶어하면서도, 기쁨은 무상한 휘발성의 것이지만 슬픔은 영원할 것처럼 더 중요하고 무거운 것처럼 본다. 하지만 나의 슬픔이 무겁다면 다른 사람의 기쁨 역시 그만큼 중요해야 하는 것 아닐까. 결국, 기쁨이 무상하다면 슬픔도 그만큼 무상한 법인 것이다. (예전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뭔가 생각이 이렇게 기울고 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