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번엔 '이브나'와 '호흡과다', 심지어 앵콜로 '3월의 마른 모래'까지 들을 수 있어서, 나름대로 가장 좋아하는 '가을방학' 곡들을 모두 들을 수 있었던 건 정말 좋았다. ('가을방학'이야 항상 부르니까 논외로 하고.) 이상한 이유라는 건 알지만, '이브나'는 '넌 절대 결단코 수백 날이 지나도-'라는 부사어 표현이 너무나 좋아서 좋아한다. (이 노래 제목 맨 처음엔 일단 한국어인지 뭔지조차 몰라서 좀 궁금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공연 갈 때마다 '아무 뜻 없이 붙인 제목입니다. 하지만 뜻이 있어요.'라고 킬킬대면서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 계피 때문에 정말이지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아져 버렸다. 말을 할 거면 하고 안 할 거면 말 것이지, 번번이 대체 유치하게 왜 그러는 게냐-_-;) 그렇지만 완전히 몰입하지 못한 마음으로 어떤 가수의 노래를 들으러 간 것이, 마치 좋아하지 않은 상대라는 걸 처음부터 알면서 소개팅을 나가기라도 한 것 같아, 상대에게도 예의가 아니었던 것 같아서 내가 미안한 마음도 좀 있었다. (그런데도 간 것은, 역시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들이키려는 나의 마음의 자세 때문? ^^;;;) 그래도 앞에 언급했던 세 곡과 '가을방학' 부를 때는 나도 모르는 사이 흥얼대며 가사를 따라 불렀다는- ㅍㅎㅎ 그러나 정말 말 그대로 정바비의 발밑에 앉아있어서 행여라도 눈 마주칠까 봐 민망해서 가까이 앉았는데도 오히려 무대를 제대로 못 쳐다봤다는 점이 웃기다면 웃겼다. 그리고 공연장의 규모와 내가 앉았던 자리의 위치로 보건대 방송에 나올 것은 분명하다. ㅋㅋ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공연장을 나서면서 동시에, 내가 살다가 가을방학 공연을 내 돈 주고 갈 일이 더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가보니까 역시 공연장이 자그마한 게 좋아서 가 보고 싶은 뮤지션의 공연이 있다면 EBS 스페이스 공감은 또 가보고 싶어질 거 같다.
다시 한 번, 이렇게 좋은 구경의 기회를 주신 고비 언니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