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커피값

a day in the life 2011. 1. 4. 10:49

 중요한 행사가 끝난 뒤에 영 페이스 조절이 안 돼서 자꾸 지각이 잦아졌는데, 오늘은 그 와중에도 더 '대박으로' 늦어서 결국 택시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ㅠ.ㅠ) 나의 급한 마음을 알았던 기사 아저씨는 딱히 빨리 가 달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출근 시간에 택시 타는 애들 사실 보나마나 뻔한 거 아니겠어? ㅋ-- 요령껏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 가며 서둘러 가는 와중에 또 이런저런 이야기도 적당히 해가며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실 택시 기사아저씨들이 말 거는 거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하루종일 모르는 사람 태워서 일 삼아 남한테 말 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텐데 그렇게 해야 하는 사람 입장도 꽤나 고역일 것 같은 생각은 많이 든다.)

도착하고 보니 맨 끝자리가 900원이 나왔다. 아저씨가 생각보다 빨리 오느라 수고하신 것 같아 고마운 마음도 있고 해서 그냥 거스름돈 100원은 받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내리려는 찰나, 아저씨가 거스름돈을 내미시면서 "나머지는 커피 사 드세요." 하시는 거다. 급한 마음에 더 실랑이를 하고 말고 할 것도 없어서 그냥 동전을 받아들고 "고맙습니다"하고 내렸다.

연구실 도착해서 한숨 돌리고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더니, 900원에 대한 거스름돈 100원이 아니라, 500원짜리 하나가 들어있는 거였다! '나머지'라는 말을 별 생각없이 '거스름돈'이라는 의미로 알아들었는데, 사실은 아침 시간에 발 동동 구르며 택시를 타는 내가 어지간히 딱했던지, 택시 기사아저씨가 나에게 400원을 커피값으로 주셨던 것. @.@ 세상에 이런 일은 또 살다 살다 난생 처음. 암튼 뭐, 아저씨가 과도하게 친절하고 이상한 사람이었다면 돈 400원이 불쾌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일이었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