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혼자만의 여행

review/music 2011. 2. 22. 15:43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그대가 힘겨워 하는 이유
나도 언젠가 긴 시간들
그렇게 보냈던 것 같아

조금은 느낄 수 있지
소리없이 쌓여가는 침묵
나도 언젠가 어두운 그곳을
헤매인 것 같아

하지만 그 시간은 함께 나눌 수 없는
그저 혼자 걸어야 하는 먼 여행
그대가 돌아오는 지친 언덕 위에
따뜻한 바람 불었으면
하얀 꽃잎 날릴 수 있도록

-조동익, "혼자만의 여행"


지난 토요일 윤영배의 공연에 다녀왔다. 공연에 가기 전에 윤영배의 앨범을 미리 전해 받아 반복해서 들었고, '키 큰 나무'를 가장 좋아라 하며 들었는데, 공연을 다녀오니 묘하게도 내게 남은 것은 그가 '공식적인' 마지막 곡으로 불렀던, 조동익의 '혼자만의 여행'이라는 노래 하나였다. 윤영배의 공연이 좋지 않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곡의 깊고 고요한 강렬함과는 비견될 수 없었다. 키드니나 벨로가 장필순 공연에 다녀와서 이 곡을 왜 그토록 명곡이라고 했는지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노래는 다른 사람의 상처나 아픔에 공감하지만, 무엇보다 그것이 오롯이 그 사람만이 감내해야 하는 몫이라는 것 또한 절절히 아는, 이미 그 시간을 관조할 수 있게 된 사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다. 그래서 그 사람의 아픔에 섣불리 나의 감정을 섞어 그 사람을 이해하는 '체' 하지 않고, 그저 '조금은' 이해할 수, 느낄 수 있을 따름이라고, 어찌 보면 잔인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숙한 마음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슬픔으로 인해 가슴 아파하고, 그것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은, 많은 경우 섣부르게 자신을 투영해서, 호들갑스럽게 자신의 슬픔으로 왜곡하고 덧씌워서 말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실은 이렇게 상대의 슬픔을 오롯이 그 자체로서 관조하고, 그러면서 '그가 돌아오는 지친 언덕에 따뜻한 바람 불어 하얀 꽃잎이 날리'기를 바랄 수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잔인하다고 비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나서지 않고, 그런 오해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사랑과 우정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깊은 것일까 싶어 정말 가슴이 먹먹했다. 함께 할 수 없는 혼자만의 여행이지만, 누구나 거쳐야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장 첨예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는 그 마음의 깊이는, 참으로 쉽게 가늠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그 시간에 함몰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슬픔을 관조하는 시선을 담아 노래하는 조동익의 청명한 음성으로 다시 들으니 이 곡은 더더욱 좋았다.


오늘 어느 옛날 친구의 소식을 오랜만에 전해 듣고, 그 친구의 소식이 마치 내가 지나갔던 긴 시간, 내가 헤매이던 어두운 그곳을 자꾸 상기시켜 그 안으로 함몰하려 드는데, 한편으로는 기분이 참 묘했다. 어쩌면 그 소식을 듣기 불과 며칠 전에 내가 이 노래를 알게 되고 이 노래에 그토록 가슴이 시리면서도 따뜻했던 것이, 그 친구의 그 소식을 감당하기 위해 그런 것이었던가 싶을 만큼. 난 언제쯤 내 시각으로 끌어당기지 않고 질척하게 그 시간에 내가 엉기지 않은 채로, 다른 이의 혼자만의 여행을 담담히 지켜볼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이 노래가 있어서, 언젠가 그럴 수 있기를 애써 바래 본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눈부신 기쁨이 '불행히도' 처참하게 산산조각 나 버렸다면, 절대로 둔중해지지 않을 것 같은 지금의 예리한 아픔 역시도 '다행히' 언젠가는 무디어질 것이니 말이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