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소설로 읽은 사람 있으려나? 난 누구랑 같이 갔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전에 극장 가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를 본 적이 있고, 어제 밤에 TV에서 나오길래 끝까지 다 보진 않고 잠깐 들여다 봤는데, 영화만 봐서는 이 작품이 그 당시에 문단에 일으켰던 엄청난 비평적 관심과 호평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더라.
이럴 때면 내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력이 대단히 빈약하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데, 그 소설 속 설정이 딱히 뭔가 사회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건지, 아니면 어떤 사랑과 관계의 상을 제시하는 건지, 도발적인 건지 아님 어딘지 쓸쓸한 건지, 예전에 영화를 볼 때도 잘 이해가 안 됐는데, 다시 봐도 갸웃거려지더라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이라는 도발적 명제 뒤에 몸을 숨긴 용기 없는 연인, 혹은 질척거리는 실제의 관계를 기만한 채 쿨한 척 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풍속도에 대한 비판인 건가. (그런 거라면 너무 단순하고.) 그래서 뭔가 도발적인 외피 속에 실은 그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라든가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옹호나 향수 같은 게 있는 건지.
어쨌든 다시 보면서도, 나한텐 슬프지도 서걱거리지도 충격적이지도 않은 이 작품에 대체 뭐가 있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의문부호 하나만 덜렁 남았다. 영화가 좀 부족해서 그런가. 소설을 보면 좀 더 납득이 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