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남들이 쉽사리 만만하게 여기기 때문에 항상 그로 인한 일정한 고충이 있다. 그래서 남들 눈에 만만해 보이고 싶지 않고, 좀 더 강해 보이고 싶은 '숨은' 욕망이 있다. 'This American Life'의 고정 필자 겸 출연자 중 하나인 사라 바월(Sarah Vowell)도 그런 인물 중 하나다.
어릴 때부터 통통하게 젖살이 오른 데다 뺨은 복숭아빛을 띤 얼굴이다 보니 너무 쉽게 사람들이 다가오는 게 싫었던 그녀는, 좀 더 세 보이고 싶어서 검색을 통해 '고스(Goth)' 스타일을 가르쳐 주는 그룹을 찾아냈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검정으로 도배를 하고 어두침침한 화장을 한 그녀는 그들과 어울려 고스 클럽에서 한바탕 놀고 나서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자신의 외모 때문에 너무나 붙임성 있게 말을 붙이는 택시기사들이 항상 불편했는데, 이 기사는 말도 한 마디 붙이지 않아 자기 변신의 효과라고 생각이 돼서 기분이 흡족해졌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그 택시기사에게 택시비를 넉넉히 주었다. 그러자 환하게 웃으며 자기를 돌아본 그 기사의 다정한 한 마디에 그녀는 결국 좌절하고 말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