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ㄸ 언니 포스팅에 나온 "이 소설은 '그러나'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정유정의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떠오른 생각인데, 삶이 언제나 '그리고'의 문제라면, 서사란 '그러나' 혹은 '그래서'의 문제인 것 같다. 말하자면, 삶에는 어떤 '필연성'이라는 것이 없어서, 그저 사건들이 접속사 '그리고'에 의해 연속적으로 열거될 뿐이다. 이를 테면, 어떤 부모 밑에 어떤 아이가 태어나는 것과 같은 삶의 사건은 그 양자의 그 어떤 선택과도 무관하고 어떤 필연성도 없는, 순전한 우연일 뿐인 것처럼.
그런데 그런 '그리고'의 연속들 사이에 '그러나'와 '그래서'를 통해 필연성에 의해 연결된 연쇄를 만들어내는 것이 서사인 게 아닐까. 그리하여, 그저 우연히 서로의 곁에 있었던 사건들을 놓고, 어째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의 일이 벌어졌는지, 혹은 어째서 그렇기 때문에 그 다음의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이 서사랄까. 그리고 그 과정에 남다른 설득력이 있을 때, 다른 사람들도 혹하는 거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