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끔씩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던 터라, 주민들도 한번쯤 들어봤을 것 같긴 한데, 나는 어릴 때 속담을 처음 배우게 되면서 말뜻이 통 이해가 되지 않거나, 아예 엉뚱한 뜻으로 이해하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어디 그런 게 속담뿐이랴-) 자꾸 산으로 가는 후기나 대화라는 걸 언급하다 보니 생각난 건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였다.
'많은 사람이 힘을 모으면 못 할 일이 없다.' 라는 맥락으로 이해했다. '아, 사공이 많으면 물로만 다니는 배를 갖고 산으로도 갈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던 것.
그 외에 몇 가지.
'성질이나 성미가 급하다'는 뜻이 아니라, '찾는 물건이 있을 법하지 않은 장소에서 엉뚱한 물건을 찾느라 성화다'라는 뜻으로 생각했었다. '우물에 왔으면 우물물을 찾아야지, 웬 숭늉?' 뭐 이렇게 생각했었다는. 밥 짓는 과정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전무한, 집안 살림에 통 관심이 없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작은 일도 힘을 합치면 수월하다'라기보다, '종이 같은 걸 괜히 맞들려 하다가는 찢어지기 십상일 텐데, 대체 뭐가 더 낫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어서, 그 의미가 선뜻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경우.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기보다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여겨졌다는. '죽을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지, 식은 걸 먹으면 얼마나 맛없을까.'라고 생각했던. -_-;
이것 역시 '식은 죽 먹기'와 마찬가지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지지 않았던 게, '누워서 떡 먹다간 체할 텐데'라는 생각(=근심 ㅋ)이 들어서, 이 속담을 들으면 '어떤 일을 그 일의 성격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하려다가 탈이 나는 사람' 같은 걸 연상했었다.
'시련, 혹은 나쁜 일을 겪은 뒤에 사람은 더 경직되기 마련' 뭐 이런 거라고 생각했다. 왠지 '굳어진다'의 의미가 '관계나 사람 속이 단단해진다'는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나쁜 걸로 여겨졌었다. 뭐랄까, 다른 사람이 틈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 폐쇄성 같은 게 생겨버렸다는 그런 느낌. 인간관계에 대한 내 기본적인 태도가 이런 모양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이 뭔가를 이룬다'는 의미처럼 생각했었다. 이건 사실 '굴러 온'의 '오다'보다는 '구르다'라는 움직임의 측면에 방점을 찍어서 이해한 탓이었던 것 같은데,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영어 속담이 연상돼서 그랬던 것도 같다.
지금 생각나는 건 이것밖에 없네. 정리하고 보니 주로 먹는 것과 관련된 속담에 대한 오해가 많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먹는 것에 대해서 유난히 깊이 생각했던 탓이 아닐지. ㅋ 어린 시절에 이런 오해나 착각은 누구나 했을 거 같은데 (아닌가?????-_-;;;) 주민들 중엔 뭔가 오독한 속담들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