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들여다 봐도 정리가 되지 않는 표들을 컴퓨터 창에 잔뜩 띄워놓고 한숨만 쉬는 나날들이다.
6월까지만 하면, 6월까지만 하면 끝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만 있는 것 같다.
나는 항상 포기가 빠르다.
이것도, 이것조차도 좀 더 하다 보면 --공자님 말씀을 속되게 써먹어 보자면-- 남들은 열 번 할 때 난 백 번을 한다면, 나도 정말 이 일에 더 능숙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냥 난 이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쉽게, 빨리 판단한다. 가지 않은 다른 길은, 단지 내가 가지 않았다는 그 이유만으로, 열릴 수 있었으나 열리지 않은 하나의 가능성, 또 하나의 세계였을까. 아니면, 정말 나는 그 길을 갈 수 없도록 애초에, 원래 정해져 있던 것일까. 어쩌면 초기설정 자체가 잘못 되었을 수도 있는 이 양자택일의 가능성을 아주 잠시 고민해 보다가 그마저 그만 둔다. 굳이 무언가를 고민한다면,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판단할 때는 이토록 기민한 내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결정하는 데는 어찌하여 이토록 우유부단한가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또 다시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고서야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나는, 22살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단호히' 결정할 수 있는 청춘을 보며 선망하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저런 시절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무엇을 좋아하여 택할 때조차, 거기에 나 자신이 오롯이 담겼던 적은 없었다. 솔직히 그런 시절을 다시 경험한다는 가정을 해보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내게 다시 한 번 청춘이 허락된다면, 나는 '강단'있는 사람, 수줍되 속이 꽉 찬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런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 온힘을 다 내보리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