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도미노 효과

review/movie 2011. 9. 22. 19:52

내가 좋아하는 남자 배우의 얼굴/몸매 유형을 잘 파악하게 된 어떤 친구가 '수츠(Suits)'라는 미국드라마를 추천해 주었다. 거기 나오는 패트릭 J. 아담스라는 배우를 내가 보면 비교적 좋아할 것 같다고. 호기심에 한 번 찾아보니까 음,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걸 찾아보고 나니 갑자기 무슨 도미노 효과라도 일어난 건지 뭔지, '프레디 하이모어'도 TV 시리즈에 출연작이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IMDB 검색을 해보니 TV 시리즈는 없고, 어거스트 러시 이후로 영화를 찍은 게 몇 편 있었다.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추려보니 두 편 정도가 볼 만할 것 같아서 다운받아서 봤다.

한 편은 'The Art of Getting By'(201)라는 제목의, 명민하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였고, 다른 한 편은 BBC 방영용으로 제작되었던'Toast'(2010)라는 작품으로, 나이젤 슬레이터라는 영국의 한 요리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 바탕을 둔 일종의 전기 영화였다. 두 편 다 IMDB 별점이 별로 높지 않더니, 그닥 임팩트는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후자가 좀 더 나은 편이었다.

'The Art of Getting By'는 '리얼리티 바이츠(Reality Bites)'를 고등학생 버전으로 만들어 에단 호크 배역을 서사의 주인공으로 삼은 듯한 영화인데, 정말 모든 순간순간이 전부 지독한 클리셰였다. 그런 청(소)년의 심리를 다루는 것도 이젠 진부해질 대로 진부해진 주제 중 하나인데, 그렇게 아무런 노력도 혁신도 없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도리어 놀라울 정도.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간혹 주인공들이 헤매고 있는 거리를 보면 옛 생각이 좀 떠올랐다는 정도가 나에겐 유일하게 영화를 끝까지 보게 했다던 이유라고 할 수 있으려나. 'art'라는 단어가 '기술'이자 '예술'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이 아이가 삶의 이유를 찾기까지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며 살아가게 했던 기술,이라는 의미인 동시에 예술에 폭발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을 통해, 결국 그렇게 해서 찾게 된 예술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제목에 담고 싶었던 것 같은데, 뭐 그렇게까지 멀리 보기엔 영화가 너무 빈약했다.

'Toast'는 사실 주인공의 유년기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프레디 하이모어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60년대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자란 남자아이가 갖고 있는 한 삶이 힘들어질 법한, '요리'에 대한 열정과 '동성애'적 취향을 가진 한 아이에 관한 성장영화로 이런저런 요리 장면이나 어린 아이들의 대화 같은 것이 군데군데 재밌긴 하지만, 영화를 단단히 그러메는 힘 같은 게 없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영화의 사소한 재미라고 하면, 아버지의 죽음으로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어 런던에 상경(ㅋ)한 이 아이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어떤 식당에 보조로 일하기를 청하면서 만나게 된 요리사가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나이젤 슬레이터였다는 정도. 그가 이 청년을 주방으로 안내해 주면서 '괜찮을 거야.'라며 어깨를 토닥이던 것이 현재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을 향한 포옹이었던 듯. 

그런데 이 영화들을 보고 나서, 트위터에 '오로지 프레디 하이모어를 보고 싶어 본 영화이긴 했지만, The Art of Getting By는 너무 재미없는 영화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클리셰였다.'라는 내용으로 영어 트윗을 했는데, 아 글쎄 인도네시아의 어떤 팬이 그걸 RT를 한 거다-_-;;; 내 원문은 지우긴 했지만, 그 사람이 이미 그 내용을 더 길게 트윗할 수 있는 어떤 사이트에 옮겨서 글을 쓴 바람에 (내 트윗 내용만으로도 글자수가 이미 꽉 차서 그랬던 듯.) 흔적은 남아 버렸다. 아 찝찝해... 


음. 그나저나 이런 싱거운 영화들 말고, 재밌는 영화 좀 보고 싶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