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 후기 쓰다가, 안 그래도 글이 길어져서 마무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며 허덕거리던 중, 벨로의 "국내 여행지 중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짧은* 포스팅을 보고, 이걸 먼저 써야겠다고 얍삽하게 결심 ㅋㅋ
내가 가보고 싶은 곳 Top 3는 전부 절이다. 그리고 사실 경주도 석굴암이나 불국사가 가보고 싶은 것이니, 그런 연장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 뭐, 나름대로는 익숙한 종교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반면 그러면서도 여태 못 가봤다는 게 또 의외인 것도 같다. 뭐 이런저런 인연으로 국내 최고의 사찰이라고 꼽을 만한 해인사, 그리고 비구니 사찰 중에서 최고인 운문사는 가 보았지만, 어쩌다 보니 부석사나 선운사, 그리고 송광사는 여태 가 보지 못했다.
영주 부석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워낙 많이 들어봐서 꼭 내눈으로 직접 한번 보고 싶다. 반드시 가을에 가서 정말 맛나다는 사과도 먹고 '부석사의 앞마당'이라는 산 전체가 단풍에 물든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고, 겨울에 가서 눈덮인 산사의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단청을 칠한 목조건물보다 나무의 색깔을 그대로 살린 목조건물을 좋아하는데, 부석사 무량수전은 단청 색깔이 요란하지 않은 목조 건물 중 하나라 그걸 보고 싶기도 하다.
선운사는 몇 년 전에 다큐멘터리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줄곧 마음 속에 담아두고 막상 가 보지는 못했다. 송광사는 스님들이 법고 치는 모습과 웅장한 새벽예불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 송광사 새벽예불은 CD로도 가지고 있는데, 각 사찰마다 예불의 특색이 있지만, 송광사의 절도 있으면서 웅장한 소리는 단연 최고다. (이를테면 해인사는 매우 기개있고 힘이 넘치고 약간은 호전적인 느낌마저 드는데, 운문사는 리드미컬하면서 부드럽다.)
그리고 정말 부끄럽다면 부끄럽지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경주와 부산은 모두 가본 적이 없다. 경주는 우리 또래들은 보통 초등학교나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다녀오는 곳인데, 난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아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고, 중학교 때는 다른 곳엘 갔었다. (어디였는지는 잘 기억이..) 석굴암 부처님을 보면 그토록 감동한다는데, 사진으로만 보아도 그 부드러우면서 균형잡힌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니 실제로 보면 더욱 감탄할 것 같긴 하다.
부산이 가보고 싶은 것은, 나는 어쨌든 강릉에서 태어났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생전에 강릉에 계셨던 터라 동해쪽은 익숙하지만, 남해는 정말 생소하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항구 도시이기도 하고, 여름마다 바글거리는 목욕탕처럼 보일 정도로 사람들이 꽉 찬 해수욕장을 헬기로 촬영한 뉴스를 보면, 저기 대체 뭐가 있길래?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서울과는 다른 활기가 느껴질 것 같은 부산이라는 곳엘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 막상 가보면 그런 분위기 별로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경험은 한번 해보고 싶달까. 그러나 여름은 절대 사절. 다른 사람들 다 몰리는 휴가철엔 가고 싶지 않고, 좀 한적한 계절에 회 같은 거나 먹으러. ㅋ
이 모든 곳들에 대해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고 내키지 않는 점이 있다면, 모두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누가 들어도 알 만한 대표적인 유명 관광지들이라, 어느 곳을 가든 분명 사람들이 버글버글 많을 거라는 점. 사람 많은 곳은 정말 싫은데-_-;;;
그리고 나 역시도 제주도는 두말 할 필요없이 좋아한다. 이미 가 본 곳이라 꼽지 않았을 뿐, 정말 아름다운 우도의 산호 해변, 사람 많지 않은 한적한 숙소를 잡아 주변을 한적하게 거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최고. 한국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