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무한 연상작용의 귀착점으로 프레디 하이모어의 별볼일 없는 영화를 찾아보게 됐던 일을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비기너스'를 보고 와서도 비슷한 일이 (정말?) 벌어졌다. 요즘 활동 중인 젊은 배우들 가운데 가장 예쁜 배우라 할 만한 멜라니 로랑을 보고 오니, 문득 최근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또 다른 여배우들 중 하나인 캐리 멀리건이 떠올라 그녀의 영화를 검색해 보았으나 당장 볼 수 있는 영화가 마땅치 않구나,라고 생각하던 끝에, 생각은 다시 '주노'의 엘렌 페이지로 옮겨 갔다가, 그녀와 함께 연기했던 귀요미 폴리 블리커 역의 마이클 세라가 떠오르면서, 결국 그 아이의 2008년작 '닉과 노라의 무한 재생 목록 (Nick and Norah's Infinite Playlist)'을 다운받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간단히, 총평(?)을 하고 넘어가자면, 이런 영화가 왜 한국에선 개봉을 안 한 게지? 혹은 왜 이거 개봉한 것조차 모르고 지나간 거지? 라는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들이 가끔 있긴 하지만, 그래 이러니 개봉을 안/못 했지,라고 완전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럴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이유를 이해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들도 있는데, 이 영화는 후자다. 전적으로, 완전히, 일말의 의심의 여지조차 없이. ㅋㅎ
생면부지의 두 고등학생이 하룻밤 동안 함께 겪는 좌충우돌하는 사건을 마치 (제목이 연상시키듯) MP3의 음악목록을 이리저리 건너뛰면서 듣는 것처럼 엮어놓은 영화는, 그렇게 '랜덤'한 설정을 이용할 경우 기대하게 되는 랜덤함과 맞물리는 절묘함이 주는 기발함은 다소 부족해 그 랜덤함이 그저 랜덤함으로 그쳤고, '주노'의 오프닝에서 사용된 그래픽아트를 연상시키는 초반의 오피닝 크레딧 때문에 주노 짝퉁 같은 혐의마저 들었다. 그리고 '페리스 뷰엘러의 땡땡이'...라고 번역하면 딱이겠지만 아마도 그런 번역은 허용되지 않을...ㅋㅋ 영화인, Ferris Bueller's Day Off 를 연상시키는 구석도 있는 구성이었지만, 그 영화가 주었던 골때리는 참신함은 빠져버린 싱거운 영화였다. 아! 게다가 "Sisterhood of the travelling gum"도 아니고... 이 영화 속에서 돌려씹는 그 껌은... 그... 차마 상상조차 하기 싫은 곳에서 건져서 씹는 장면이 나오고 난 뒤, 껌 나올 때마다 정말 비위가 상해서 계속 토 나올 것 같았다. 대체 그 장면이 왜 필요했던 거냐고. 왜, 왜, 왜!!! 웨에엑-
그렇게 결점투성이의 영화지만, 약은 구석이라곤 당최 찾아볼 수 없는, 풋풋한 어리버리 훈남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10대 후반의 소년/청년으로 자라준, 닉 역의 마이클 세라의 귀여움만큼은 과연 절정이었다. 음... 이제 주노를 뛰어넘을 다음 작품만 있으면 되겠구나, 얘야- 그런 의미에서 컬트 미드 'Arrested Development'의 극장판이 얼른 나와 주기만을 바랄 뿐- ♡ ㅋ
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두번의 도미노 효과가 준 교훈은, 그런 식으로 영화 찾아보는 영양가 없는 짓은 이제 그만 해야겠다는 거? 처음으로 쓰러진 도미노의 조각이 그 다음 조각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리고+무너뜨리고' 가는 데는 다 어떤 함의가 있는 것이야... ㅠ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