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유난히 조용한 2011년의 연말. 막상 떠올려 보면 뭐 이렇다 할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도, 올 한해는 유난히 빨리 지나간 것도 같다. 내가 연말에 하도 심심해 하니 키드니가 일등으로 올해의 베스트 포스팅을 올리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는데, 정작 그마저도 딱히 할 게 없어서 계속 미루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이제 운을 떼 본다.
2011 베스트 책 3
Julian Barnes, The Sense of an Ending
김혜리, 『그림과 그림자』
Kazuo Ishiguro, Never Let Me Go
작년 최고의 발견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작가가 '줄리언 반스'라고 했는데, 올해 마침내 그에게 맨 부커상 수상의 영광을 준 작품인 "The Sense of an Ending"은 얇고 간결하고 (책의 물리적 무게가) 가벼운 소설이었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도, 쉽지도 않은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이 이상 짧게도, 이 이상 길게도 쓸 수 없었을 거라던 작가 자신의 말처럼, 정말 보태거나 덜어낼 것이 없는 서사의 뼈대 위에 극적 긴장과 여운을 남기는 생각거리가 잘 녹아들어간 작품이다. 반스 특유의 고요한 어조 위에 얹혀진, 말문이 턱 막히게 하는 사건의 극적 흐름이라는 다소 대립적인 요소가 도리어 충격과 반전을 도드라지게 한다. 어서 번역이 돼서 더 많은 한국 독자들도 접할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영어 소설인 "Never Let Me Go". "남아있는 날들"의 작가로만 알고 있던 카즈오 이시구로의 이 작품은 사실 영화를 먼저 본 뒤에 소설을 읽게 되었던 작품이다. 헌데 그 순서로 보길 잘 한 것도 같다. 영화 자체도 무척 아름다운 수작이지만, 역시 소설의 언어가 남기는 눅진한 여운에는 아무래도 못 미치는 것이 사실. 영화를 본 뒤 소설을 읽으니 두 작품 모두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미래적이고 공상과학적인 요소를 가지고 이처럼 여리고 슬픈 성장소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마지막으로는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그림과 그림자". 사실 이것은 몇 가지의 우연들이 겹쳐서 손에 들어오게 된 책이었다. 최근 들어선 잘 사보지 않던 씨네21을, "최종병기 활"의 개봉을 앞두고 표지모델로 나온 박해일 때문에 우연히 사게 되고, 그 속에서 방영을 앞둔 "하이킥 3: 짧은 다리의 역습"의 김병욱 감독 인터뷰를 우연히 보았는데, 그 내용이 다른 인터뷰와는 뭔가 질문하는 지점이나 방식이 다르다는 느낌 때문에 기자의 이름을 한 번 더 눈여겨 보게 되었다. 그리고 성시경의 광팬인 한 친구가 올여름부터 성시경이 다시 라디오 진행을 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해준 것이 기억나서 그의 라디오를 종종 듣는데 거기 출연하는 고정게스트 중 하나가 바로 그 씨네21 김병욱 감독 인터뷰를 했던 '김혜리' 기자였던 것. 그러다 성시경의 신보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의 신간을 방송 중에 성시경에서 선물하는 걸 접한 후 구입해서 보게 된 것이 바로 이 책.
라디오 방송에서도 숨결 많이 섞인 고요한 목소리로, 결코 달변인 것 같지 않은 어투로, 그러나 할말 다하는데, 이 책에도 그런 느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러면서도 유려하고 섬세하게 잘 다듬어지고 정제된 글. 헌데 이 책은 영화에 관한 책이 아닌, 미술, 혹은 그림에 관한 일종의 감상기. 한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려고도 했지만, 자신의 재능이 그 길은 아니라는 걸 알고서 그저 좋아서 그림을 보는 사람이 되는 길을 택한 그녀는, 자신이 그림이 아닌 겨우 그 그림자만을 본다는 의미에서 이런 제목을 붙인 듯하다. 헌데 나는 그녀의 글 속에서, 너무도 수줍어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면 전면으로 등장하는 대신 정작 자기 그림 뒤에 숨어 제 그림의 그림자처럼만 존재하는 '숫기없는' 화가들을 많이 발견하였다. 내게 그림자가 갖는 의미는 도리어 그런 것. 그런 숫기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적막 속에서 포착한 것 같은 그녀의 글이 오랜만에 글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그 외에 김풍기 선생님께서 안식년으로 미국에 다녀오신 후 올해말에 새로 내신 "옛시에 매혹되다"도 좋았는데, 재미 자체는 김혜리 기자의 글이 좀 더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좀 새로운 저자를 소개하고 싶은 점도 있고 해서, 김혜리 기자의 책을 올해의 베스트에 넣었다. 물론 매그레 시리즈도 고민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서사적인 밀도나 치밀함 면에서는 소설 읽는 맛을 많이 주진 못해서, 베스트에 넣진 않았다. 나에게 소설은 역시 서사의 문제.
2011 베스트 영화 3
Beginners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Never Let Me Go
상반기에 보았던 영화 중에서는 유일하게 베스트로 꼽을 수 있는 "네버 렛 미 고". "언 에듀케이션"에서 이미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캐리 멀리건을 비롯해, 캐스팅이 전반적으로 좋았던 작품. 특히 아역들. ;) 소설의 사건들을 잘 축약하면서도, 작품의 정조는 잘 살린 좋은 영화였다. 어쨌든 이 영화 이후로, 한동안 이렇다 할 좋은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베스트를 꼽기 직전까지 계속 영화를 보러 다녔던 듯.
별 이변이 없는 한, 올해의 베스트로 꼽게 될 것 같았던 "비기너스"는 예상대로 목록에 포함. 다소 엉뚱한 매력이 있는 줄은 알았던 유안 맥그레거의 '훈남'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점, 멜라니 로랑의 미모와 매력이 별 다른 치장없이도 잘 드러났던 점, 그리고 어쩌면, 평범하고 단순해 보이는 모든 가족에, 그 구체적인 형태와 내용은 다르겠지만, 하나쯤 감춰져 있을 '가족사'와 관련된 서사를, 아들의 새로운, 현재진행형의 사랑 이야기 속에 함께 담아낸 방식이 흥미롭고도 좋았다.
기다리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원제는 간단하게 "기적"인데, 아마도 어린이들이 주연인 영화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소 귀여운 번역을 한 모양. 그리고 우리나라에 워낙 두 음절 한자어 영화제목들이 허다하다 보니 그 속에 뒤섞여서 구분 안 될까 봐 그런 것도 같고. 뭐 나쁘진 않지만, 너무 길긴 하다.
트윗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유머 코드와 드라마적 감동이 조화를 잘 이룬 작품이다. 난 사실 너무 좋아서, 한번은 감독님 무대 인사가 포함된 시사회, 또 한번은 그냥 시사회 이렇게 두 번의 무료 시사회에 당첨이 됐는데, 감독님 무대인사 시사회를 다녀온 이후레 다시 한 번 가서 봤을 정도다. 그 정도로 좋았다. 어린이들 나오는 영화 좋아하는 주민들이라면 다들 좋아하며 볼 듯.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은, 가장 비일상적이거나 심지어는 그로테스크한 실제사건을 다룰 때조차 굳이 영상에서 충격이나 파격을 고집하지 않으면서도 고요한 일상을 출렁이게 하는 서사와 연출을 보여주어서 좋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에선 절망도 희망도 결코 억지스럽게 쥐어짜지 않는다. 이번 작품 역시 무척 귀엽고 웃음이 나지만, 한편으로는 허황한 기대 같은 것 없이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시선이 여전히 살아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그의 작품은 항상 정적 가운데서 들려오는 서걱임 같다. 그것이 또한 내가 그의 작품을 항상 다시 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 외에 오락성에 치중해서 평가하면 사실 "최종병기 활"과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도 좋았던 작품이다. 그리고 조셉 고든 레빗의 신작 "50/50"는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탓인가, 생각만큼 좋진 않았다. 시나리오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나름의 성공적인 투병스토리이고, 암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코미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무거운 주제를 어떻게 웃음과 적절히 병치시킬까를 많이 기대했는데, '코미디'라고까지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 하긴, 암이 아무렴 코미디가 될 수야 있겠는가.
2011 베스트 공연 2
이병우 기타 콘서트
김연아 아이스쇼 - All That Skate Summer 2011
사실 이 두 공연을 모두 한 번 넘게 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스트 3를 꼽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내 마음 속 베스트인 두 사람의 공연 외에는 따로 공연을 별로 간 것조차 없기도 했지만, (올해는 워낙 갈 것도 없긴 했다) 갔던 것조차 이 두 사람이 보여준 경지와는 너무 달라서 차마 함께 비교할 수도 없다. 게다가 그나마 나름대로 기대했던 '루시드 폴'의 소극장 공연조차도 사실 올해의 워스트에 뽑아야 할 정도로 지루했고 이래저래 올해는 공연이 흉작이었다. 뭐, 앞으로의 작은 바람이라면 이병우가 기타 솔로 신보를 내는 것과, 김연아가 실제 경기에서 연기하는 것을 한 번 보는 것이리라.
2010 베스트 드라마 2
모던 패밀리
뿌리 깊은 나무
잠시나마 기대를 했던 올해의 신작 미드나, 돌아온 새 시즌 드라마들이 대부분 실망스런 진행을 보여준 데다, 그나마 "셜록"과 "매드멘"은 제작 문제로 올해 돌아오지조차 않아서 올해의 드라마 카테고리는 유난히 빈약하다. 항상 일관된 수준을 유지하며 기대에 부응했던 작품은 "모던 패밀리" 하나 정도밖에 안 될 듯. "프린지"도 전체적으로는 괜찮긴 하지만, 시즌 중반에 접어드는 시점까지의 진행은 아직 너무 더뎌서 좀 애를 먹이고 있다. 피터의 자리를 얼른 찾아줘~ 암튼 캐릭터들을 대하는 시선이 시니컬하지 않으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시선의 예리함은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점이 "모던 패밀리"의 유머가 가지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다. 이걸 1회에 대한 거부감을 못 넘겨서 끝내 안 봤음 어쩔 뻔 했을지- 이 모든 공은 나를 다시 한 번 설득해준 쌘이에게 돌려야 할 듯. ㅎㅎ
"뿌리 깊은 나무"는 추리수사물의 조각이 맞추어지는 극적인 재미와 긴박감에, 한글 우수성 교육의 훌륭한 교과서 역할에다, 한석규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분출한, 단연 올해 최고의 한국 드라마라 할 수 있지 않을지. 18회정도까지가 서사적으로는 거의 정점인지라 역시 거기 도달할 때까지가 제일 재밌긴 했다. 그 이후는 --특히 마지막회...-- 다소 감정이 과잉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좋았다. 특히 유머와 카리스마, 광기, 그리고 지성이 모두 빛났던 배우 한석규를 '재발견'하게 만든 공로가 큰 작품으로 기억될 듯.
2011 베스트 지름 2
11" 맥북 에어.
말이 필요 없다. 너무 가볍고, 너무 얇고, 너무... 그냥... 좋다.
명실상부 '노트북'이라면 모름지기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ㅋㅋ
그리고 '오 나의 연느님' 디스커버리 채널 다큐멘터리 DVD. 므하핫!
교보 핫트랙스에서 어슬렁대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바로 겟해온 아이템.
그렇게 흡족할 수가 없다.
2011년의 발견
나답다... ㅋㅋ 역시 일본 맥주는 또 다른 경지가 있다. 한국 정말 이제... 맥주랍시고 거품 든 닝닝한 노란 물 좀 그만 생산하고... 장인 정신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 이거 친구가 일본 여행 다녀오면서 '기념품'으로 딱 한 캔 사다준 걸 고모랑 집에서 반씩 나눠 마셨었는데... 천상의 맛. ㅎㅎ 요즘 원전 사태 때문에 일본 맥주 멀리해야 한다는 걸, 머리는 아는데... 그래도 또다시 먹고 싶다. 흠냐-
그리고 '레게 치킨'!!! >.< 맛있어~~~
정말 진부하지만, '진정한 치킨의 최강자' 뭐 이런 말밖엔 안 떠오르네.
이 치킨을 따라갈 치킨이 없다 ㅎㅎㅎ
여긴 정말 감자 메뉴만 따로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터.
헌데, 여기 올해 처음 가 본 거... 맞...지?
너무 자주 갔더니 굉장히 오랫동안 알아왔던 곳인 듯한 착각이... ㅋㅋ
2011년 기억에 남는 일
통영 여행과 춘천 엠티.
올해 기억에 남는 여행 역시 ㅌㄹ마을 주민들과 함께 다녀온 통영 여행 ㅋㅋ
통영은 충무김밥과 회 때문에라도 해마다 가고 싶을 것 같다.
기대했던 케이블카를 드디어 탄 것 자체도 좋았고,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을 만큼 빼어난 주변경관에 놀랐다.
괜히 국립공원이 아니야-
그리고 지지난 번 미아니 귀국 때 기획되었다가 미아니의 대상포진으로
급취소되었었던 엠티를 이번에 마침내 실행에 옮기게 된 점도 기뻤다.
최연소 참가자 남자 통통의 참석도 색달랐고,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닭갈비'를 마침내 맛보일 수 있었던 점도 좋았고. ㅎㅎ
다시 말하지만, 그간 당신들이 먹어왔던 건 닭갈비가 아니라규~~~
(난 이상하게도, 내가 직접 해 먹이는 것도 아닌데,
춘천에 친구들 데리고 와서 닭갈비 먹이고 나면 그렇게 흡족하더라구. ㅋㅋ)
2011 베스트 선물
캐스 키즈턴 휴대용 우산
작년에 땡땡이 우산을 잃어버렸다고 했더니, 그 우산을 선물했던 친구가 올해는 강아지 무늬의 똑같은 디자인의 휴대용 우산을 선물해줬다. 역시 휴대용으로는 최고의 우산.
2011년 가장 아쉬웠던 일
아무래도 일부 주민들이 다녀온 터키 여행에 동참하지 못한 것. 그 중에서도 '샤프란볼루' 못 간 것. 정말 가 보고 싶다. 그 민박집에 묵으면서 그 동네서 한 일주일 지내고 오면 딱 좋겠다. ㅎㅎ 그것이 내 스타일의 여행~
2011년 한 해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Uneventful. 또는 별일없이 산다.
올해는 어찌 보면 평온하고, 어찌 보면 무료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사실 베스트도 다른 때에 비해 유난히 빈약하다. 별로 큰 재미나 엄청난 사건은 없었지만, 어쩌면 큰 일 겪지 않고,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던 것 자체에 대해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12년 계획이 있다면
학생 혹은 선생 탈출 이후의 구체적인 진로 고민.
두 가지가 나에겐 동시에 도달해야 할 목표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인 셈인데, 사실 대학원이란 학생 노릇이 끝나면 선생이 돼야 하는 곳이다. 특히 인문대에서는. 헌데 난 어릴 때부터 당최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다. 그 직업이 '싫다'기보다는, 그저 내가 될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였다. 사실 나는 좋은 선생님, 잘 가르치는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어쩌면, 나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유난히 존경심과 경외감을 갖는다. 대학원을 처음에 시작했던 건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도 있고, 오랫동안 학생 노릇하는 게 좋아서기이고 했지만, 결국 나와서는 궁극적으로 머리 굵은 학생들 가르치는 선생 노릇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간 망각 혹은 외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막상 이 생활이 언젠가 끝날 거라는 생각을 하니 구체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
뭐 서두가 길어졌는데, 어쨌든, 이대로 대학원을 나와서 선생 노릇을 하고 싶지 않다면(...이라 쓰고 '도저히 할 수 없다면'이라고 읽는다) 다른 먹고 살 길을 구체적으로 궁리해 봐야겠다는 것이 내년의 계획. 아무래도 집에 틀어박혀서도 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하게 되지 않을지.
2011년 워스트/망언 3 (번외편)
홈랜드와 시티헌터를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잠시나마' 꼽았던 것. 홈랜드는 딱 스토리가 전환된 그 시점부터 볼 맛이 확 떨어져서 다시 다운받지도 않았다. 시티헌터는... 왜 그랬지? 이민호에게 잠시 홀렸었던 것 같다. ㅋ
그리고 루시드폴 소극장 공연. 지루하기 짝이 없었고, 겉멋이 잔뜩 들어간 듯한 그의 신곡들이 더 이상 내 마음을 울리지 않았다.
딱히 워스트를 꼽을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올해는 앨범과 전시 면에서는 전체적으로 저조했다. 부러 사서 들었던 콜드플레이의 신보도 별 감흥이 없었고. 전시는 주명덕 사진전 다녀온 것 정도가 거의 전부인데, 사실 베스트에 꼽을 정도의 임팩트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