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기 전부터 비가 온다면 하회마을 가는 날이 아니라 도산서원 가는 날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그랬다. 보통의 경우엔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기분이 썩 좋진 않았을 텐데, 도산서원 가는 날의 비는 오히려 훨씬 좋았다. 나중에 빗줄기가 좀 굵어진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걸 감수해도 좋을 만큼 정말 좋았다. 한옥이라는 공간 자체가 비오는 날 처마로 떨어지는 낙숫물의 매력 때문에 비오는 날 가면 참 좋은 곳이지만, 특히나 서원이라는 공간의 고즈넉함과 잘 어울리던 느낌.
그리고 우리가 잠을 깨서 아침에 바라본 고택 역시 그랬다. 일단 고택 사진 몇 장으로 먼저 시작해서, 도산서원으로.
편안하게 앉아 바람을 느끼며 정원과 경관을 바라보며 노닥거릴 수 있는 툇마루란 참으로 얼마나 좋은지-
하얀 꽃의 꽃잎을 잘 들여다 보면 빗물이 이슬마냥 맺힌 것이 보인다.
도산서원의 풍경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보아도, 위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 보아도, 구석구석 어찌나 좋던지. 윗줄 오른쪽 사진은 저 우산 든 아저씨 없는 사진을 넣고 싶었는데, 같은 곳에서 여러 장 찍은건만 그 중에서도 저 아저씨가 들어가 있는 사진이 제일 낫더라는. 쩝. 우산 든 사람이 들어갈 거였으면 저런 우중충한 색깔 대신 알록달록 예쁜 우산이나 강렬한 빨강이나 노랑 우산 따위 든 사람이 들어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ㅋ
색깔을 칠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나무의 빛깔이 더 좋긴 했지만 채색이 된 건물들, 구석구석의 디테일들도 좋았다. 아래에 붉은 단청 대신 푸른 색을 칠한 '옥진각(玉振閣)'은 요새 칠한 건지 원래 그런 건지 궁금.
빗물을 촉촉히 머금은 모란 꽃송이의 빛깔이 참으로 아름답더라는.
도산서원 곳곳의 문들. 마지막의 문 사진은 특히 마음에 든다.
액자를 부러 만든다 해도, 해가 뜨고 지고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이 풍경을 그림으로 담아낼 수 없을 터, 이 문틈 너머의 풍경이야말로 진정 한 폭, 아니, 열 폭, 백 폭의 풍경화다. (그러고 보니 도산서원 겨울에 가도 정말 좋을 거 같다.)
비 오는 날 처마를 따라 떨어지는 빗물을 올려다 보는 것과 낙숫물이 떨어져 홈이 파인 흙바닥을 들여다 보는 것은 참으로 정겹다.
대망의 간고등어
겉은 바삭한데 속은 놀라울 만큼 촉촉했던 간고등어 구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살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입안에서 살살 녹던 간고등어 조림
벨로의 손 찬조출연. 이상한 건지 모르지만 난 음식 사진에 사람의 손이 들어간 게 좋더라. 누군가가 그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더 잘 전달되는 듯한. ㅋ 암튼 간고등어 조림은 아래에 깐 무조차 비린내가 하나도 안 나면서 달콤하고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무르지 않은 진정한 천상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