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법조물

review/drama 2013. 9. 13. 01:47


법조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고 --의식적인 차원에서는-- 생각하는데도, 미드의 팔할이 수사물, 의학물 아니면 법조물이다 보니, 미드를 많이 보다 보면 일부러 찾아 보진 않아도 자연히 법조물도 많이 접하게 된다. 딱히 추천의 의미라기보다는 정리를 한다는 의미로 최근에 보았던 법조물 드라마 리뷰 몇 개. 



수츠 (Suits)

이건 미즈키니에게 추천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드라마. 하버드 법대 출신의 변호사들만 고용하는 뉴욕의 법률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하비 스펙터. 경영진으로 승진한 그에게 회사 대표는 사무소 내규에 따라  직원을 하나 뽑아 맡아서 교육을 시키면서 함께 일을 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는 사실 기고만장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화합해서 일하지 못하고 그런 것에 관심도 없는 인물이라 그다지 내키진 않았지만, 회사 내규인지라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호텔에서 직원 면접을 하는 날, 그의 면집장으로 뛰어 들어온 한 청년 마이크 로스. 그는 한 번 본 것은 모두 기억할 수 있는 직관상적 기억의 소유자로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대학 학장 딸에게 수학 답안지를 팔았던 것이 걸려서 퇴학을 당한 뒤 사람들의 대리시험을 봐주는 것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던 젊은이. 그 날은 친구의 심부름으로 물건을 전달하려고 갔는데, 알고보니 그 일이 범죄조직의 마약 밀매와 연관됐던 것. 마이크는, 범죄조직의 덜미를 잡기 위해 호텔에 진을 치고 있던 경찰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채고, 이를 피해 열린 문을 통해 우연히 어느 방으로 들어간 것인데 그곳이 공교롭게도 하비의 면접장. 그와의 몇 마디 대화로 엄청난 양의 법률지식을 통째로 머리 속에 넣을 수 있는 두뇌에다 기민함까지 갖춘 그를 알아보고, 하비는 그의 '배경'을 알고도, 대표를 속이고 마이크를 고용하기에 이른다. 


그 아슬아슬한 설정 위에, 그 둘이 함께 해결하는 법률 사건들과 회사 내의 권력 갈등, 그리고 마이크의 사생활 등이 더해진 가벼운 분위기의 드라마다. 이런 드라마에서는 그들이 다루는 법률 사건들 자체보다는 마초 스타일에 샤프한 하비와 다소 어리버리하지만 호리호리한 마이크의 호감형 외모가 큰 몫을 하는 것이 사실. 아니, 도대체 법학 학위도 없고 사법고시도 통과하지 못한 사람이 변호사 노릇을 하고 있는 서사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겠냔 말이지. 



프랭클린 & 배쉬 (Franklin & Bash)

오래된 커플 사이의 투닥거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진한 남자들 사이의 우정인 브로맨스(bromance)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들이 종종 있는데, 이것도 그 부류 중 하나. 죽마고우였다가 함께 LA에 소규모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동업자로 일하고 있는 제러드 프랭클린과 피터 배쉬. 이들은 그닥 지적인 이미지의 변호사들이라기보다는 도리어 법정에서 황당무계한 쇼를 해서 배심원들을 설득하는 걸로 법조계에서도 유명한 콤비. 이들이 상대해서 승소를 한 대규모 법률회사의 대표는 되려 이 둘을 자신의 회사로 스카웃 한다. 이 안에서 이들이 좌충우돌 사건을 해결해 가는 것이 주된 플롯인 코믹한 분위기의 가벼운 법조물.


제러드 프랭클린 역의 배우 브레킨 마이어는 드라마며 영화며 여기저기 많이 나오긴 했지만 그다지 기억에 남는 큰 임팩트 있는 역할은 하지 못했는데 이 드라마가 잘 돼서 나름 기쁘다. 키가 정말 작은데, 이런 배우들 매력있다는 생각 들 때마다 나는 정말 남자의 키는 안 보는 스타일이라는 걸 깨닫는다는 ㅋ 피터 배쉬 역의 배우는 어릴 때 <베이사이드의 얄걔들>이라는 드라마 주인공 잭(Zack) 역을 맡았던 마크-폴 고슬라르. 어린 시절의 이 배우가 어찌 됐나 궁금해 하던 사람들에겐 나름대로 추억을 곱씹어볼 기회도 될 듯. 



굿 와이프 (The Good Wife)

여기 쓴 세 편의 드라마 가운데서 가장 법조물로서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할 만한 작품. 물론  <로 & 오더>의 초기 에피소드들을 빼고는, 대부분 미국 법조물은 기본적으로 법 집행 자체에 대한 통찰보다는 오락성과 대중성을 중시하는 장르라고 느껴지는데, 이 드라마 역시 그런 느낌이 강하다. 


시카고의 쿡 카운티 검사장이었던 성공한 검사 피터 플로릭은 그의 정적의 폭로로 인해 섹스 스캔들에 휘말린다. 이에 조지타운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십 년 이상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만 전념한 전업주부였던 그의 부인 알리샤는 졸지에 가장이 되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 된다. 그리하여 옛 대학동창이자 한때 서로를 좋아했던 윌 가드너가 대표로 있는 법률회사에 그의 도움으로 취직을 하여 변호사로서 커리어를 다시 쌓아가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 이 드라마 속 회사 내의 권력 다툼, 피터 플로릭을 둘러싼 법조계 내의 정치, 이들이 맡은 사건들은 앞서 언급된 두 드라마와는 다르게 실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 넘치는 두뇌 싸움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노련한 배우들이 연기한 매력넘치는 캐릭터들이 이 드라마의 강점. 여주인공 줄리아나 마굴리스는 <ER>에서 조지 클루니의 연인이자 응급실 간호사였던 캐롤 해서웨이 역으로 유명해진 배우. 그리고 그녀의 남편 역을 맡은 크리스 노스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의 연인 '빅'을 연기했던 배우다. 그 외에 알리샤와 아슬아슬한 긴장을 유지하는 관계에 놓인 윌 가드너 역의 배우 조쉬 찰즈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공립 남녀공학 고등학교의 치어리더 여학생에게 반해서 그녀를 쫓아다니던 녹스 오버스트릿을 연기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다시 얼굴을 보게 되어 반가웠다. 헌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역은 앨런 커밍이 연기한 피터의 선거사무장 일라이 골드. 현실적이고 지능적이면서도 직설적인 그의 말과 생각들 듣고 있으면 너무 웃길 때 많다. 이럴 때 느끼는 것은, 역시 남자는 유머다!? ㅋㅋ 그 외에도 <프렌즈>의 '챈들러'였던 매튜 페리라든가, <하우스>의 커디를 연기한 리사 에델스틴 (에델스타인?) 등이 특별출연을 하기도.


이 드라마는, 소위 정치인들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고 기자회견을 할 때, 그 뒤에 무거운 표정으로 아내들이 서 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 아내들이 대체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을 하게 됐다고 한다. 현실에서의 그들의 삶을 그린 거라 할 순 없겠지만, 나 역시도 그런 궁금증이 종종 들었었는데, 그 점을 포착한 발상 자체는 재미있는 것 같다.




이 세 편들 가운데서 <굿 와이프>는 9월에 시작해서 5월에 시즌이 끝나는 드라마라 현재는 휴지기이나 곧(9/29)  다음 시즌(5시즌)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리고 <프랭클린 & 배쉬>와 <수츠>는 여름 동안 시즌이 진행되는 시리즈물인데 전자는 예정되었던 10편의 에피소드를 모두 방영한 뒤 이번 시즌을 마쳤고, 16편을 방영할 예정이라고 알려진 후자는 현재까지 9편을 방영한 상태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