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페스티벌 후기에, '두개의 문' 감상평에, 시작은 해놓고 마무리 못한 장문의 포스팅들이 밀려 있지만, 어차피 장문의 글들을 당장 마무리하기엔 부담이 되는 고로, 간단한 포스팅부터 먼저.
나 드디어 동숲을 시작했다! ㅋㅋ
스머프 마을(Smurfs' Village), 스누피 장터(Snoopy's Street Fair), 그리고 가장 최근에 시작한 행복 거리(Happy Street)까지 나는 아기자기하게 동네 꾸미는 게임들을 사실 편향적으로 좋아한다. (뭐 부수고 맞추고 도망가고, 하는 류의 게임들에는 반면 전혀 관심이 없다는.) 그래서 이런 저런 게임들을 시작해서 계속 이것저것 짓고 가꾸고 만들고 하긴 하는데, 이 모든 게임들에 결정적 맹점이 있다. 캐릭터나 건물, 소품 등은 정말 귀엽고 정교하긴 하지만, 결국 그냥 미션 수행 게임일 뿐이라는 것이다. 건물을 짓는 시간도, 농사를 짓고 수확을 하는 시간도, 가게에서 물건을 팔아 돈이 나오는 시간도 사실상 거의 정형화되어 있어 정해진 시간에 그곳에 가서 돈이나 농작물 걷어오는 게 게임의 모든 작업이나 다름없다. 캐릭터들끼리의 대화가 약간은 있긴 하지만, 사실 정해진 말을 매번 똑같이 반복하는 것뿐이어서 몇 번 듣고 나면 그것마저 지겨워져 아예 음향은 꺼버리게 된다. 심지어 같은 게임을 하는 친구들 마을에 놀러갈 수 있지만, 거기서 할 수 있는 것 역시 그 마을에 가서 정해진 선물을 주고 오는 것으로 극히 한정되어 있다. 항상, 캐릭터들끼리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상호작용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하다가 미션수행에 슬슬 질려가지만 여태껏 해놓은 게 아까워서 아예 방치도 못하고 그냥 의무 삼아 들어가 최소한의 미션만 수행하고 나오는 것으로 게임의 성격이 바뀐다.
그 아쉬움에 키드니를 제외하곤 사실상 대부분 주민들이 손을 놓고 방치하다시피 한 동숲을 이 시점에 끝내 시작하게 되어 버렸다. 처음엔 토룡마을을 떠나버린 링링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키드니가 잠시 빌렸던 지다니의 닌텐도를 내가 또 잠시 빌려 지다니의 오순마을에 캐릭터를 하나 만들어 마을의 이런저런 소일거리를 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으면 있을수록, 이미 모든 것이 다 이뤄져 있는 다른 주민의 마을에서 행여 뭐 망가뜨리기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힘들고, 뭔가 맘대로 바꿔볼 것도 없는 것도 아쉬워서 나의 마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음. 사실 오순마을에서 사고 한 건 크게 쳤다. '박수칠'에게 편지로 고백을 했으니, 지다니 나중에 확인하면 안 될까요? ㅠ.ㅠ) 그리하여 결국...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동숲 칩을 사고야 만 것이다. ㅋㅋ 심지어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것도 기다리지 못하고, 교보 들렀다 허탕치고, 코엑스에 있는 닌텐도 매장까지 찾아내서 사온 것. 그나마 오프라인 매장에서 할인을 좀 해줬다는 점을 위안으로...
어쨌든 그래서 나에게도 우리 마을이 생긴 것이지. 이미 칩을 사기 전부터 성가실 정도로 키드니나 벨로에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고 마을 이름과 캐릭터 이름까지 상의를 해서 일찌감치 캐릭터는 두 명으로 정해 놨었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 해서 이름은... 대미언과 연아 ㅍㅎㅎ 그러고 나서 마을 이름은 '라이스 마을' '쌀 마을' 뭐 이런 걸로 지을까 생각해 보기도 하고, 대미언 라이스 노래 제목 중에 쓸만한 게 없을까 하고 고민해 보기도 하고, '게으른 마을' 이런 걸로 할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렇다. 난 나이 서른 XX에 결혼이나 진로의 고민도 아닌 게임 상에 존재하는 가상마을의 이름과 그 마을에 사는 캐릭터 이름으로 고민하고 그것 때문에 친구들에게 상의까지 하는 그런 뇨자. 쿨럭~ -_-v) '라이스 마을'은 왠지 '쌀(Rice)'보다 '이(lice)'가 연상되는 것이 끝내 떨쳐지지 않아서 포기했고, '쌀 마을'은 너무 노골적이라 또 썩 내키기 않았고, 노래 제목 중엔 마땅히 입에 붙는 게 없었고, '게으른 마을' 이런 걸로 하려니 말이 씨가 돼서 마을을 버려두게 될까봐 관뒀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그리고 게임에 들어가서 지어야 하는 순간에 임박해서 지은 이름은 '보리 마을'. 별 뜻 없고 '쌀'에서 나온 연상작용으로 지은 거다. '쌀 보리 쌀 보리' 하는 그... -_-v 어차피 진짜 대미언 라이스는 아니니까, 대미언 '쌀' 군이 아니라 그를 대신할 대미언 '보리' 군이라는 뭐 그런 의미랄까...라고 구태여 억지로 의미부여를 해 보고- 그러고 나서 심지어 캐릭터 생일은 진짜 대미언 라이스 생일로 넣었다는 거 ㅋㅋ (12월 7일)
그리고 나서 대미언 군이 알바를 모두 마친 뒤, 연아 양을 만들었다. 사실상 캐릭터 얼굴을 스스로 고르는 것이나 다름 없는 방법인, 택시 기사 질문에 대답하는 요령을 벨로가 인터넷에서 찾아서 알려줘서 봤는데, 물론 연느님을 닮은 외모의 캐릭터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제일 예쁜 아이로 골랐다. 연느님은 제일 예쁘니까요! ㅋㅋ 연느님 알바를 시키려니 충전해 놓았던 배터리 양이 부족해서 일단 캐릭터 정하는 데까지만 해 놓았다. 연아 캐릭터 생일도 실제 연느님 생일로 정해야지~(9월 5일) (그런데 역시 눈 반짝이는 얼굴 너무 부담스러워서 연아 캐릭터 바꿀지도...) 이런 나에게 벨로가 파피 캐릭터는 안 만드냐고 물어봤는데, 솔직히 관심없어 필요없어-_- 내게 대미언과 연아만 있다면야- ㅎㅎ
그런데 마을이 만들어지고 가장 기뻤던 것 또 한 가지는... 이 마을에 링링이 산다는 거! ㅎㅎ 키드니의 토룡마을에서도 항상 참 귀엽다고 생각했던 앤데, 기대하지도 않았건만 우리 마을에도 살고 있을 줄이야- 배터리 없어서 며칠 동안 못 들어가는 사이에 다른 마을로 가버리지 않을까 노심초사. 그 외에는 '레베카'라는 나름 귀여운 다람쥐가 있고 '진상'이라는 무서운 얼굴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 고양이 캐릭터 자체가 싫진 않지만, 이 얼굴의 고양이는 좀 보내고 싶긴 하다. 이왕 게으른 고양이 캐릭터였다면 '진상' 대신 '빙티'였으면 딱 내 취향이었을 텐데. ㅎ 그 외에 특별히 원하는 캐릭터라면 캥거루 코끼리 코알라 중에 하나 왔으면 한다는.
(참고: 동물의 숲 이웃)
어쨌든 아직 집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갈 길이 멀지만 어쩐지 우리 마을이 생긴 것은 좋군하- 얼른 키드니 만나서 살기 좋은 선진문물의 토룡마을에도 놀러가보고 싶네~ 그런데 내 눈엔 부자마을로 보였던 오순마을의 너굴백화점을 보다가, 아직 그렇게 업그레이드 되기 전인 보리마을의 슬레이트 지붕에다 목조건물인 소박한 너굴상회를 보니 사실 귀엽고 정겨운 생각도 든다는. 암튼 결론은 동숲은 유혹을 끝끝내 뿌리치지 못하게 하는, 한번 하면 빠져드는 마성의 게임!이라는 거. 아- 그런데 화석 캐는 거나 곤충 잡는 건 상대적으로 쉬운데, 낚시는 어렵다. 아직도 요령을 전혀 터득하지 못했다. 타이어 하나 낚아본 거 말고는 성공한 적 없음. 낚시를 하기엔 인내심이 부족한 성격인 건가? 동숲 하다 보면 은근 하는 사람의 성격이 다 나와서 웃기다는데 정말 그런 거 같다. 나 집 대출금 갚기에도 한시가 바쁜 와중에 고순이네?인가 가서 땡땡이무늬 디자인 만들어서 티셔츠부터 일단 해 입혔다. 이게 내 성격인 게지-_-;;; 그나저나 일단 칩을 사는 것으로 당장의 충동은 무마했는데, 나 이러다 조만간 닌텐도 산다고 덤비는 건 아닐지. 허헛-
(근데 써 놓고 보니... 이게 '간단'한 포스팅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