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논어를 읽으면서 재미있는 내용을 접했다. 지금 손에 책이 없어서 이름이나 구절을 확인할 수는 없는데, 내용인즉슨 그런 것이었다. 공자가 제법 나이가 들었을 때, 어린 시절의 친구를 만난다. 그 친구는 도가 계열이라, 예의라든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식적인 규범 같은 것으로부터는 다소 거리를 둔 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촐싹맞게 다리를 건들건들하고 어딘가에 걸터앉아 공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꼴'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를 보며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이구, 귀신은 대체 뭘 한다냐, 너 같은 버르장머리도 모르는 늙은이 따위 안 데려 가고."(라는 요지의 말). 지금 이렇게 풀어쓴 내용은, 내가 터무니없이 각색하거나 지어낸 게 아니고, <논어>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서 거의 흡사한 언어로 해주신 말씀이다.
그리고 이 내용에 덧붙은 가르침이란 그런 것이었다. 서로 어느 정도의 흉허물을 알고 편안히 대할 수 있는 오랜 벗이라면, 이처럼 되려 가볍게 서로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흉을 이야기하고 농을 하는 건 괜찮지만, 만약 서로 완전히 등돌리고 의절할 마음이 아니고서는 정말로 치명적이고 극단적인 단점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죽마고우이거나 마음이 정말 잘 맞아서 그 '친밀함'과 우정을 버릴 수 없는 사이라 생각한다면, 절대로 그 사람의 치명적인 단점을 잔인하고 극단적으로 까발리거나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논지였다. 인을 중시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군자가 되도록 가르침을 주었던 '공자'라는 인물의 이미지와는 어찌 보면 어긋나는 것 같은 내용 같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야 말로, 인간과 인간의 감정을 절실하게 이해한 공자라는 한 인간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예전에 <논어>를 읽을 때는 이런 구절이 딱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사실 지금껏 이런 구절이 있었다는 걸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토록 사소한 듯하면서도 뭔가 반전의 재미를 담은 가르침이 있다는 것이 정말 새삼스러우면서도 재미있었다.
<논어>는 20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 내용의 깊이나 의미의 측면에서 전10장, 후10장으로 나누고, 그 가운데 전10장에 좀더 무게를 둔다. 내가 언급한 부분은 후10장에 해당하는 부분에 나온 것이라, 사실 공자의 진짜 가르침이나 발언이었느냐 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신빙성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여전히 공신력을 가지고 전수되어 오고 있는 <논어>라는 하나의 텍스트의 정당한 일부로 볼 때, 유가의 가르침의 일정한 특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 현실적인 가르침으로서의 <논어>라는 텍스트를 잘 보여주는 구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사람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려고만 든 것 같은 '꼰대' 이미지로 공자를 생각하면 이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언인 것 같다. 하지만 스승으로서의 그의 진정한 힘은, 무조건 훈계하고 닦달하며 가르치려 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조건에서 통용될 수 있는 것에 충분히 호소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려 한 것이고, 그만큼 인간의 '현실'이라는 것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공자의 이야기에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어떤 말들을 서로 내뱉고 나면 결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어그러져버리고 마는 인간 관계에 대한 경험과 성찰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그런 점들을 섬세하고 살피고 다치지 않게 하는 데 노력이 필요한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만약 누군가의 어떤 단점을 '진정으로' 고치고 싶다면, 내 감정과 생각을 일방적으로 배설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도 말하고 있는 것도 같다. 인간의 생각과 가치관이란, 그것이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 하여, 무조건 정해진 틀에 담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사람을 움직이는 감정의 폭과 결에 맞추어 시간을 들여가며 그것을 조금씩 움직이고 바꾸어 가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가능해질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극단적인 한 번의 충격요법으로 누군가를 단박에 바꾸고 싶은 것은 그만큼의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고, 상대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고 싶어하지 않는 나의 욕심과 이기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역시 고전이 고전인 까닭, 한 사람의 시대의 스승이 될 수 있는 데는 그만한 힘과 내공이 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던 독서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