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 병 진단을 받은 배우 마이클 J 폭스. '굿 와이프' 같은 드라마에서도 자기 병을 이용해 동정심을 사는 전략으로 변론을 하는 약아빠진 악역(?) 변호사로 나와서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준 적 있었는데, 올 가을엔 자기 이름을 제목으로 단 새 시트콤의 주연을 맡았다. 이름하여 The Michael J. Fox Show! (토크쇼가 아니라는.) 이 시트콤은 기본적으로 그의 현실 상황을 차용한 것이 컨셉이다. 방송국 메인 뉴스 앵커였던 마이크 헨리(마이클 J. 폭스 분)는 중년에 갑작스럽게 파킨슨 병이 발병해 방송 사고를 낸 뒤 일을 그만 두고 이른 바 '주부 아빠 (stay-at-home-dad)'로 살아간다. 그런 와중에 원래 있던 방송국에서 다시 일을 하자는 제의가 들어오고, 그러면서 그의 가정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풀어낸 이야기.
뭐 엄청 혁신적인 코미디는 아닌데, 마이클 J. 폭스의 매력과 연기력에다 그 주변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며 엮어내는 소소한 유머들이 재미를 준다. 지금까지 4편이 방영되었는데, 무겁지 않게 볼 수 있는 가족 시트콤의 장점을 아직까지는 나름대로 잘 살리고 있다. 물론 취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무엇보다 형식 면에서 보면 아직 정착을 못하고 다소 갈팡질팡하는 인상이 없지 않다. 처음 두 편은 그냥 인물들이 벌이는 사건에 개입하거나 그들의 시점을 통해 사건을 서술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보여주는 듯이 진행되는 것 같더니, 3편부터는 느닷없이 '가짜 다큐 (mocumentary)' 형식을 도입해서 '모던 패밀리' 아류같은 느낌도 주긴 한다.
어찌 보면 작품성보다는, 가볍게 여길 수 없다면 없는 병이지만,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마이클 J. 폭스의 모습과 그의 인간적 매력 그 자체가, 곧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을 듯. 뭐, 애초에 그런 점에 기대서 기획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게다가 원래 시트콤이란 게 초반에 형식이나 인물이 제대로 정착되기 전까진 속단하기 어려운 장르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진행으로 판단했을 때 도저히 못 봐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전망은 다분히 낙관적이라 할 수 있을 듯하고, 그거면 대박까진 아니더라도 중박은 쳤다고 해얄 듯.
@ 하지만... 방금 '모던 패밀리' 새 에피소드를 보고 나니, 유머의 수준은 확실히 비교된다. ㅎㅎ 특히 언어유희 수준의 현격한 차이!!! '모던 패밀리' 작가들은 왜 그리 언어유희를 잘 하는 거야??? 너무 좋아~~~ '마이클 J. 폭스 쇼' 추천하려고 쓰기 시작한 글이 '모던 패밀리' 예찬으로 끝나는 이 비극(?), 어쩔 겨!?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