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일요일 밤이면 종종 보는 KBS "다큐3일"에서 

오늘은 창신동 문구완구 골목을 소재로 한 72시간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 프로그램은 언제고 소소하게 보는 재미가 있지만,

나에겐 유독 더 의미도 애착도 많은 공간이 

문구사나 동네서점 같은 공간인지라 

오늘은 유난히 뭔가 마음에 좀 동한 바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걸 함께 보면서 엄마랑 고모랑 이야기를 나누며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면 쪼르르 문구사로 달려갔던 이야기,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던 작은 동네 서점 이야기,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첫 방학식 날 돈 100원을 받아와서

하굣길에 의기양양하게 친구에게 50원짜리 쭈쭈바를 '한턱 내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관한,

그런 자잘한 추억들을 정말 오랜만에 떠들었다.


나는 흘러가고 사라져가는 시대를 멈추게 할 

어떤 힘이 발휘될 수 있다고 궁극적으로는 믿지도 않고,

편리하고 예쁜 신형 스마트폰에 금세 눈이 돌아가 

갖고 싶어 안달복달하기도 하는 그런 부류의 인간일 때도 있긴 하지만,

세상 구석구석이 편의점과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가득 차 가서

구멍가게라든가 동네문구사라든가 시장이라든가 하는 것들,

골목의 작은 개성들이나 동네에 담긴 제각각의 이야기들은 

어느 순간 사라져 가는 이 시대가 

확실히 서글프고 얄궂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 있다. 


그런 세계에 대한 어떤 물질적 실감도 갖지 못한 채

그런 세계가 존재했다는 것을 어쩌면 문자로만 접할 아이들,

심지어는 문자로조차도 접하지 못할 혹은 않은 그런 아이들에게

이 세상은 어떤 곳일지 나는 종종 궁금해질 때가 있다.

(종종 1,2차대전을 --특히 모두-- 겪은 바 있는

특정 세대의 유럽 지식인들이 쓴 글을 읽을 때

저 시대에 살았던 사람에게 세계의 실감은 어떤 것이었을까

라는 호기심이 드는 것과 나에게는 나름 일맥상통한 것이기도 한

그런 궁금증인데, 암튼 나에게 '실감'의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화두 혹은 최소한 호기심을 불러일으는 문제다.)

아마도 그들이 대다수가 되는 어떤 시대가 도래한다면 

그땐 내가 이렇게 '문자'로만 존재하는 세계라고 표현한 것이

글자라든가 글이라는 폭넓은 의미로 파악되기보다

'문자메시지'라고 읽힐 그런 시대이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