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휘파람

grey room 2015. 3. 24. 01:25


내가 미래에 대한 별 전망을 갖지 못한 탓인지

요새 자꾸만 옛날 일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벨로의 휘파람 포스팅을 보고 생각이 나서

나도 몇 자 적는다. 

그녀의 포스팅과는 전혀 다른 맥락의 글이지만.



나는 휘파람을 불 줄 안다. 

뭐 언뜻 다른 소리들이 섞인 곳에서 들으면 

사람들은 내가 제법 잘 분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조용한 가운데 내 휘파람 소리만 들으면

멜로디 사이사이의 숨소리를 잘 조정하지 못해서 

사실 썩 잘 부는 편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뭐, 휘파람이란 게 우리 나라 사람들에겐 

별로 환영받는 재주는 아니니까

사실 누가 나서서 가르쳐 주지도 않고

그냥 혼자 터득했다면 터득했다. 

그리고 휘파람 소리를 낼 줄 알게 되면서

잘 불고 싶어져서 좀더 적극적으로 연습하기 위해

중학교 때 하굣길에 많이 불었던 것 같다. 

(난 사실 콘서트장 같은 데서 사람들이 

호루라기 소리처럼 내는 그 소리도 내고 싶은데

그건 영 못 익히겠더라.)


웃기게도,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맨처음 연습하기 시작한 곡은 '학교종이 땡땡땡'이었다. 

ㅋㅋㅋㅋ

휘파람 부는 걸 더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음악적 재능에 대한 갈망이 많아서

노래도 잘 부르고 싶고 

연주할 줄 아는 악기도 있었으면 했는데

둘 다 충족이 안 되니까 그랬던 것도 같다. 


나이가 들어서도 길거리에서 종종 음악을 들으며 지나가다가

기분이 좋아지면 휘파람으로 그 곡을 따라부르긴 하는데 

요즘은 외출이 현격하게 줄어들어서인지 몰라도

휘파람 불 일이 별로 없다. 

글쎄, 휘파람을 불고 있으면 

뭔가 자유롭고 유쾌한 기분이 드는데

그런 일이 없는 하루하루가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요새 자꾸 여행이 가고 싶은 건가 싶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며 

햇살과 바람 좋은 한적한 거리를 거닐고 싶구나-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