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Anne with an E

review/drama 2017. 8. 22. 17:24


넷플릭스와 캐나다의 CBC 방송국이 공동제작한 <빨간머리 앤>가 방영된다고 했을 때 기대가 컸다. (미국판 제목은 Anne with an E 이고, 캐나다에서는 그냥 Anne 이라고 한다.) 주말 아침마다 기다려서 보던 만화 <빨간머리 앤>은 물론, 메간 팔로우스가 주연한 1985년 판 <빨간머리 앤> TV 시리즈까지 모두 섭렵할 만큼 워낙 좋아하던 캐릭터와 이야기였다. 심지어 몇 년 전에 극장판 만화 <빨간머리 앤>을 개봉했을 때, 혼자 보러 극장에 갈 정도였다. 메간 팔로우스도 좋았지만, 포스터 이미지로 봤을 때 이번 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은 에이미베스 맥널티는 아일랜드 태생의 진짜 빨간 머리 소녀였고, 주근깨나 체형이나 소설의 묘사와 너무도 부합하는 면이 많아 보였다. 마릴라 역의 제럴딘 제임스와 매튜 역의 R.H. 톰슨까지 분장과 의상까지 마친 극 중 모습은 외모 면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배역 선정이었다.

외모 면에서는 가히 완벽에 가까운 캐스팅이다.

이 장면 너무도 소설 같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취향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완전히 기대에 부합하지는 못했다. 암 선고를 받은 뒤 마약제조상으로 나선 중년의 교사를 주인공을 한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각본가 모이라 월리-베켓이 집필을 맡았다고 했을 때부터 작품의 톤이 달라질 것은 예상할 일이었다. 그래도 일부 장면이나 설정은 원작 그대로로도, 또 어느 정도 변형된 형태로도 충분히 공감할 만했다. 그녀가 처음 초록지붕 집으로 들어오던 길에 설렘 가득한 채 매튜와 이야기 나누던 순간이나, 매튜에게서 퍼프 소매 드레스를 선물받고 눈물을 흘리던 순간의 표정 같은 것은 소설이나 다른 작품에서 느꼈던, 내가 알던 앤의 모습을 충분히 다시 느낄 수 있게 했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