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지다가 했던 포스팅을 이제 와서 트랙백 해 봄.
(그런데 티스토리 문제인지, 내가 오랜만에 와서 못하는 건지 트랙백이 안 되네.)
어디에 살고 있나?
재개발이 임박한 개포동의 15평 아파트 1층.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1층이라 빛이 잘 안 들어서 채광의 측면에서는 정말 안 좋은 집이라 쾌적하고 산뜻한 느낌은 없는데, 반대로 동굴같은 느낌이라, 계속 누워서 티비 보기에는 딱 좋다. 그렇게 치면 아무 때나?
자주 오는 사람은?
올해 7월까지 엄마가 나의 서울 집 근처에 있는 절에서 봉사를 하셔서, 일주일에 기본 사흘 정도 오셨다. 당분간은 다른 일로 못 오실 듯하니, 이제 자주 올 사람은 없을 듯.
그 집에서 가장 큰 돈을 들인 물건은?
아마도 최근에 냉장고가 망가지면서 새로 산 김치 냉장고? (100만원 넘는 물건.) 하지만 단일 제품의 가격으로 봤을 때 그렇고, 총액으로 가장 큰 금액을 차지하는 물건의 류는 아무래도 책이지 싶다.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퍼뜩 생각나는 건 칸딘스키의 "말 탄 연인" (Couple Riding). 이 그림은 지금도 포스터로는 있어서 걸어놓긴 했지만. 그래도 더 간절히 원하는 게 생각나면 나중에 답을 바꿀지도.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다 싫다... ㅋㅋㅋ 그나마 덜 싫은 건 요리인데, 하고 나면 설거지가 너무 나와서 그것 때문에 뭐 해 먹는 게 귀찮아진다.
'홈웨어'랄 게 있다면?
여름에는 얇은 반팔 티셔츠에 인견 바지. (이제 인견 바지 없으면 여름은 못 날 거 같다.) 다른 계절에는 티셔츠에 편한 파자마 바지. 추리닝은 잘 안 입는 편인 거 같다.
얼마나 자주 장을 보나?
딱히 주기가 없는 거 같다. 주로 엄마가 냉장고를 채워 놓으신 편이었고, 필요하거나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때그때 뭔가를 사긴 한다. 특히 야채는 미리 사 뒀다가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서 많이 사 두지 않는 편이다.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요즘 발목 다친 후 그나마 좀 줄었지만... 맥주 ㅋㅋㅋ 음료가 아닌, 식품은 생각나는 게 없네.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정식 캘리포니아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친척 새언니에게 엄마가 배워서 나에게 전수해 주신 직접 싸 먹는 캘리포니아롤. (먹는 스타일로 보면 라이스페이퍼 대신 김으로 싸 먹는 월남쌈 느낌.) 그리고 인터넷 블로그 나물이네에서 배운 조리법으로 해 먹는 닭갈비. (이 분 재작년엔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사망 소식이 들려와서 황망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최근에 해 먹어 본 팟타이도 대접 가능할 듯?
집에서 마시는 술은?
그냥 편히 먹을 수 있고 종류도 다양하다 보니, 아무래도 맥주. 사실 작은 병이 있다면 와인 먹고 싶다. 특히 여름에 화이트와인.
풍요로운 냉장고 vs. 대형 텔레비전?
압도적으로 대형 텔레비전. ㅋㅋㅋㅋ 스마트 TV라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맘껏 볼 수 있으면 더더욱 좋겠다. 한국에서 아직 방영 안 되는 미국, 영국, 심지어 일본 드라마도 많이 보는 편인데, 맥북 에어나 아이패드 미니로만 보기는 좀 아쉬울 때가 있다.
집에 동물이 있나?
없다. "Stuffed animal"인 이케아 골든 리트리버가 있긴 하다만. ㅎ 고양이와 같이 살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매일 같이 다른 생명의 생존과 생활을 책임지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과 책임을 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리고 진짜 웃기는 생각이지만, 아무 때나 여행 떠나고 싶을 때, 고양이로 인해 구속되는 상황이 조금은 마음에 걸리기도 한다. (반전은, 고양이가 없다고 해서 아무 때나 여행을 가지 않잖아! ㅋㅋ)
집에 식물을 키우나?
아주 잠깐, 선물로 받은 꽃 화분을 몇 달 정도 키운 적 있었지만, 결국은 말라죽게 했다. 워낙에 식물 연쇄 살해범...
2017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익명성이 주는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식구'가 없어 한 끼를 챙겨 먹고 살기가 힘든 것. 그래도 한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가끔 특정한 이유 덕분에, 때로는 아무런 이유 없이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풍요를 누리기도 할 수 있는 것. 다만, 친구들이 각자의 집에 살되 좀 더 가까운 곳에 살아서, 일주일이나 한 달에 몇 번 정도, 각자의 집에서 밥을 하면 건너가서 같이 밥을 먹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 좋겠다. 아니, 심지어 건너 와서 먹을 사람만 있다면, 내가 그 밥을 하는 것도 귀찮지 않을 것 같다.
그럼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이미 상상하기 힘든 것이 되어 버린 어떤 조건. 집이 엄청 넓어서 각자의 생활 공간은 완전히 분리시킬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아무래도 나의 게으른 생활 습관 때문에 집안 살림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 같다. 혼자서는 적당히 미뤄뒀다가 하고 싶을 때 몰아서 해도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서까지 살림을 팽개치고 사는 건 또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단지 편하다고 해서 나보다 더 너저분한 사람과는 살고 싶지 않음. ㅋㅋ 너저분한 걸 좋아해서 너저분한 게 아니라, 게으르기 때문에 너저분할 뿐. 사실 깨끗하고 쾌적하고, 내 취향으로 100퍼센트 꾸며놓은 집에서 살고 싶다. ㅎㅎ 적당한 빈티지 스타일과 모던한 스타일이 한 공간 안에 잘 섞인 인테리어 해 보고 싶다. (대답이 산으로 갔네. ㅋ)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음악보다 늘 드라마 소리로 늘 가득 차 있지만 (ㅎㅎ), 아무래도 집안의 칙칙한 분위기로 봐서, Damien Rice 의 "Grey Room"이 어울리겠다.
만약 이사를 한다면?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 딱히 위협을 느낄 상황이 없어서, 1층이 별로 나쁜 편은 아니지만 다음에는 2층 정도에 살고 싶다. 하지만 더위를 많이 타니까, 2층이 꼭대기 층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재와 옷방 좀 분리해서 쓸 수 있었으면- 옷방까지 안 되면 옷 수납 공간이 잘 돼 있어서, 걸려 있는 옷을 항상 보지 않아도 되면 좋을 텐데. ㅋㅋ
서울에서 내가 가 본 지역 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이나마 들었던 곳은,
(1) 양재시민의 숲 근처의 볕 잘 드는 깨끗한 빌라 (강남권에서는 그나마 좀 조용하고, 공원도 가까워서)
(2) 정릉 근처이되, 너무 언덕이 심하지 않은 곳 (그런 곳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릉 근처의 조용하고 쾌적했던 분위기가 좋았던 기억이 있어, 로망이 좀 있다.)
(3) 은평구의 연신내 역이나 독바위 역 근처. 이 동네는 좀 어수선한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그나마 혼자 살 수 있는 집들이 좀 있는 지역 같아서.
사람들은 역세권을 좋아하지만, 난 막상 전철역과 좀 떨어져 있는 곳에서 살아 보니 보니 전철역과 가까우면서 조용한 곳은 잘 없는 것도 같아서, 역세권에 대한 환상이 좀 사라졌다. 오히려 버스 정류장이 가깝고, 버스로 전철역에 잘 연결되는 곳을 더 선호하게 된 것 같다. 부암동 같은 데도 살아 보고 싶긴 한데, 그 동네는 자기 차가 없이 대중교통만으로 다니기가 힘들 거 같아서, 아무래도 (행여나) 경제적으로는 갈 수 있다고 해도 나 같은 뚜벅이는 막상 안 가게 될 것 같음. 그 외에는 동부이촌동이나 서울숲 이런 데 근처 살아보고 싶지만, 역시 이 생에는 어렵지 않을지. ㅋ
* 번외로 서울이 아니라면, 말이 통하는 유럽 도시들에서 살아 보고 싶기는 하다. 아일랜드의 더블린 (아는 도시가 더블린밖에 없어서, 더블린이라고 하긴 했지만, 다른 도시도 찾아봐서 더 좋은 곳이 있다면 가 보고 싶고.), 잉글랜드의 옥스포드나 런던에도 살아 보고 싶고, 미국의 뉴욕에서도 좀 더 살아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ㅎㅎ 뭐랄까, 이방인으로서 익명성을 유지하기엔 역시 대도시가 좋아서, 대도시 위주로 말하게 되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