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새삼 다짐?

a day in the life 2017. 11. 7. 20:20


요즘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드 앓이, 일본배우 앓이로 한동안 손을 놓았던 일본어 공부 의욕에 뒤늦 불타고 있다. 그런데 공부를 시작하려 하면서 (시작하면서,가 아님 ㅎㅎㅎㅎ) 내 일본어의 현상태를 점검하며 느끼는 것은 왜 이런 공부를 좀 더 자발적으로 일찍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에겐 없는가,하는 이상한 불만이다. 아, 물론 의지가 있다면 대학에서도,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후반, 30대에도 얼마든지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그렇게 해 온 사람들이 있고, 그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나의 게으름과 의욕부족이 어느 정도 나의 현재 일본어 능력에 기여(?)했음은 인정한다.

다만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교육 선진국이라고 하는 핀란드에서는 고등학교 때 이미 외국어를 서너 개쯤 하는 아이들도 꽤 많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아이들이 학교 정규 교육이나 거기서 나오는 숙제에 맞춰 공부하기보다, 자발적인 학업 의지와 필요에 맞춰 공부를 스스로 설계하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사실 기본적인 모국어나 수학 교육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긴 하지만, 나로서는 내가 배운 방식의 수학이 내 삶에 필요했는가 라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수학을 배우면 최소한 논리적인 사고에라도 도움이 된다는데,  그 흔적이 사라진 탓인지 몰라도, 그저 암기과목처럼 일시적으로 공식을 달달 외워서 시험을 치기 바빴던 나에게 수학이 남긴 논리적 사고의 흔적을 잘 찾지 못하겠다. 그런데 수학이 가장 취약한 과목이었기 때문에, 항상 수학 공부를 하는 데 거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딜레마가 있었다. 

그래서 차라리 그런 시간에 내가 하고 싶었던 한문이나 다른 외국어 공부를 할 시간이나 기회가 좀 더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영어를 할 때와는 달리, 뭔가 일본어 문맥 안에서 일본어로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고, 계속 한국어를 경유하는 식으로 사고가 이루어지면서 이해에 지체가 일어나는 나를 발견할 때, 자꾸 좌절감이 들어서 답답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초급이나 중급 수준에서 이런 좌절이 외국어를 공부를 포기하게 하는 원인이리라 생각하며, 어떤 문턱을 넘으면 이런 상황은 나아지리라 기대는 하지만, 역시 40대의 머리로 새로운 단어를 외우는 게 너무 어려워서 짜증이 난다. ㅠ.ㅠ 심지어 익숙한 영어에서조차 새 단어를 하나 넣으면 옛 단어를 하나 삭제하면서 입력되는 느낌인데, 일본어 단어가 들어가면, 그 반대급부로 뭘 삭제하게 되는 건지 알게 뭐야. (아, 물론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ㅎㅎ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 어떤 건지야 내가 알 수가 없고.)

이제 시작을 다짐했으니 2018년은 관광객 일본어 수준을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좀 더 공부를 해 보겠다...라고 블로그에 공표하는 것으로 좀 더 이 약속에 스스로 구속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 본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