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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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쯤부터 지난 번에 언급했던 일본 배우의 수필집을 읽기 시작했다. 한 편이 4-6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들이라 하루에 한두 페이지, 혹은 단 한 문단이라도 손으로 공책에 직접 써 가면서 읽고 있다. 단어도 발음이 알쏭달쏭한 것까지도 무조건 다 찾아보면서 읽는다. 간만에 종이 사전을 넘겨가며 찾은 단어에는 v자 표시를 해가면서 단어 공부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역시 새로운 언어를 익혀가는 재미란! 정녕 다음 생이란 게 있다면, 그땐 진짜 적어도 5개국어쯤은 하고 싶구나- (아. 그런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을 나의 다음 생쯤에는 인공지능 덕분에 외국어를 개개인이 직접 학습할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르려나...)

배우가 자기 경험을 매개로 삶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풀어내는 글이다 보니, 매개가 되는 경험이 연기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또 그렇다 보니, 반복돼서 나오는 단어와 표현들이 있어서 장이 넘어갈수록 조금씩이나마 더 수월해지는 느낌이다. 이걸 읽고 나서 인터뷰 같은 걸 보면, 들리는 것도 --진짜 미미하게나마-- 나아진 걸 느껴서 아직까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책을 잘 고른 것 같다. 일본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을 몇 번 했어도 너무 학술적인 글은 어렵고, 그러다 보면 자꾸 막혀서 지루해질 우려가 있고, 소설의 경우엔 그 나름대로 또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졌다. 그런데 문어체와 구어체 표현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데다, 어느 정도 지적이면서도 비교적 평이한 문장의 수필이라 안정적인 중급 수준으로 들어가는 통로로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일차적으로 그 배우의 생각을 읽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 선택한 책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물론 김칫국은 금물. 아직 읽은 분량이 10분의 1도 되지 않으니 여전히 갈길이 멀다.

+ 그나저나 훈독과 음독을 오가는 일본어 한자 읽기의 고충은 우리가 한글이 아닌 이두나 향찰을 쓰고 있더라면 이랬을까 싶은 상상을 하게 한다. 그렇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Posted by pap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