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날 좀 아는 사람들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있는데, 최근에 난생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장소는 일본. 보통 교토나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방이나,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방 중 택일하는 것이 경제적인 선택이지만, 이번엔 간사이로 들어가서 간토로 나오는 일정을 택했다. 그 이유는 사실 이 여행을 결정하게 된 계기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우연히 싱가포르에 사는 친한 한국인 친구와 오랜만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 그 친구가 출장 겸 자료조사를 위해 일본에 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녀의 일정은 간사이 지방의 나라에서 일본 일정을 시작해 간토의 도쿄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싱가포르에서 학회를 위해 미국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서울에 들러 짐을 부모님 댁에 일부 내려놓고 다시 일본으로 간다고 했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점에서 그녀는 이미 교토 근교의 비와코(일본 최대의 호수 비파호) 근처 호텔을 4월 14일부터 2박 예약을 해놨다고 했는데, 만약 나도 그 일정에 같이 합류한다면 1인실로 잡았던 방을 2인실로 변경하겠다고 했고, 내가 그렇게 하자고 갑자기 정해 버리면서 사실상 이 여행 계획은 시작된다. ㅎㅎㅎㅎ 그렇게 갑자기 뭔가를 잘 결정하는 편은 못 되는데도 어쩌다 보니 그렇게 하고 있더라는.
그리고 막상 친구가 호텔 예약까지 변경했다고 하니, 뒤늦게 발을 빼선 안 될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여행 계획을 잡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사실 처음엔 난 교토로 가서 그쪽만 갔다가 올까 했는데, 계획을 짜다 보니, <바닷마을 촬영지>였던 가마쿠라를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여태 못 가본 게 아쉬움으로 남은 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 친구도 신칸센으로 도쿄까지 이동한다 하니, 나도 체험 삼아 신칸센을 한 번쯤 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도쿄까지 일정도 넣게 되었다.
심지어 잘 찾다 보니, 아시아나 항공권을 상당히 싸게 사서, 오고 갈 때 위탁수하물 무게 걱정도 할 필요가 없고, 결과적으로 저가항공사의 항공권을 사는 것보다 잘한 결정이었다. 물론 출발지와 도착지가 동일한 왕복 항공권이거나, 한국에서 떠나는 시간이 오후고, 일본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오전이라면 더 싼 것도 찾을 수 있었겠지만, 날짜를 꽉꽉 채우려고 한국 오전 8시 반 출발, 일본 저녁 7시 반에 출발 하는 표를 찾은 것을 감안하면, 여러모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게다가 이른 아침 시간인데, 출발지 공항은 김포 공항이라 여러 모로 더 편할 것 같아 좋았다. 반면 돌아오는 날은 시내에서 더 먼 나리타 공항이었지만, 대신 저녁 비행기라 시간 여유가 있어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4월 14일에 간사이 공항으로 들어가, 4월 24일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돌아오는 것으로 항공권을 최종적으로 예매했다.
일본에 가서 친구를 만나는데 굳이 혼자 여행이라고 하는 이유는, 친구는 출장 겸 연구 여행이라 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 시간은 도서관에서 보내야 하는 데다, 처음 2박을 함께 하는 비와코 일정을 제외하고는 따로 숙소를 잡아야 해서다. 아무튼 비행기 표를 사고 나니, 난생 처음으로 정말 내가 사실상 모든 일정을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에 들뜨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게다가 숙소도 묘하게 한 곳에서 계속 있을 수가 없는 일정으로 끊어져서, 비와코에서 2박, 교토 시내에서는 사흘 머무는 동안 2박, 1박을 따로 해야 했고, 도쿄에 가서는 에어비앤비 2박, 게스트하우스 1박, 가마쿠라 1박,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아오기 전 날 도쿄 1박으로 엄청 쪼개서 자고 와야 하는 일정을 잡고야 말았다. 뭐 힘들다면 힘들 수도 있는데, 여러 장소, 여러 형태의 숙박을 경험해 볼 기회이기도 했고, 아마도 혼자가 아니라면 절대 짤 수도 없고, 짜지도 않았을 일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볼 만한 체험 같았다. 덕분에 숙박은 초호화 호텔부터 캡슐호텔 형태의 게스트하우스, 난생 처음 예약해본 에어비앤비, 개성 있는 부티크 호텔, 그리고 좁고 칙칙한 비지니스 호텔까지 다양한 형태의 일본 숙박을 한번에 모두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숙소가 정해지고 나니, 일정도 대강 그에 맞춰 정하게 되고, 이런저런 여행 책자를 보면서, 가보고 싶은 곳들을 여행 수첩에 메모해 가며 일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출발 날짜가 다가와 있었다. 헌데 막상 여행 이틀 전쯤부터 배탈기가 있어서 자다가도 일어나 수시로 설사를 할 지경이라, 여행 가기 직전의 몸 상태는 사실 일상적인 나의 상태를 감안하면 바닥이었다. 이러다 비행기는 제대로 탈 수 있으려나 하는 걱정도 살짝 하면서, 일본 내리자마자 정로환부터 사먹어야겠구나,라며 여행 전날 잠이 들었다. 아침까지도 상태가 썩 좋진 않았지만, 다행히 제시간에 일어나 버스, 지하철 환승을 해가며 김포공항까지 비행기를 타러 2시간 전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출.발.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