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로 편리해진 세상 덕분에 모바일 체크인으로 탑승권까지 미리 받아놓은 상태여서, 바로 수하물 위탁을 할 수 있었다. 미리 확인해 놔서 거기까진 바로 찾아서 금방 했는데, 출국장이 있다는 층으로 한 층 더 올라가 보니 뭔가 플래시가 마구 터지고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었다. '저긴 무슨 유명 외국 연예인이 입국하는 현장인가?'라고 생각하며 보니 (뻔히 출국장으로 올라와 놓고, 여긴 입국장인가 라고 생각한 건 대체 뭐 때문에???) 거기가 바로 출국장이었고, 그것은 한국 아이돌 출국을 찍기 위해 새벽부터 몰려온 팬들의 무리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스트레이보이즈인가 하는 팀이던데, 얼굴만 봐선 누군지 전혀 몰랐음. ㅎㅎ) 그 무리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간신히 보안 검색대로 들어가는 줄에 섰고, 보안 검색대 통과와 출국 심사까지 금방 마치고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한 시간 이상 남겨두고 들어갔다.
8시 반 비행기를 타고 아침 10시가 조금 넘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고, 교토까지 가는 하루카 티켓은 한국에서 미리 사서 우편으로 받아 놓은 덕분에 짐가방을 찾아 입국 심사를 마친 뒤 바로 열차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하루카는 지정석과 비지정석이 있는데, 당연히 가격차가 있고, 내가 산 표는 비지정석인 데다 희한하게도 일본 현지에서보다도 더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는 표여서 15,000원 정도 가격으로 살 수 있었다. 다만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비지정석에 해당하는 4-6호차에서 선착순으로 앉을 수밖에 없었는데, 운 좋게, 짐을 짐칸에 넣고도 창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간혹 4호칸은 지정석인 경우도 있다는 후기도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 메시지를 보내 보니 만나기로 한 친구는 그날 나라에서 교토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는데, 11시 기차를 타고 12시면 교토 역에 도착한다고 했다. 나는 승강장으로 가 보니 11시 15분 기차를 탈 수 있었고, 교토 역까지는 75분이 소요돼서 12시 반에 도착할 예정이라 시간이 얼추 맞아서 함께 교토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비와코까지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을 찾다 보니 교토 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이세탄 백화점 식당가에 두부를 주로 이용하는 식당이 있었다. 그 외 함박스테이크나 오믈렛 등이 후보로 있었는데, 함께 식사할 친구가 채식 위주의 담백한 식단을 좋아하는 편이라 두부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나오는 식당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내가 두부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좀 이상한 선택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일본 두부는 한국 두부와는 제형이나 조리법 자체가 다르기도 해서, 한번 체험해 보고 싶은 생각에 그곳을 마음 속에 체크해 두고 있었다. 만나서 친구에게 어딜 갈까,하고 물어보니, 그 친구도 딱 그 식당을 검색해 봤다고 하길래, 마음이 통했다며 그 식당으로 이동했다.
점심을 먹고, 승강장으로 이동해 3시 10분 전철을 타고 25분 정도 걸려 비와코 방면 카타타 역까지 이동했다. 우리가 예약한 비와코 메리엇 호텔은 카타타 역이라는 인근 역으로부터 자동차로15-2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는데, 다행히 호텔에서 한 시간에 한 대씩 무료 셔틀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 (일본은 교통비가 너무나 무시무시한 곳이라, 무료 셔틀 서비스는 가히 꿈 같은 혜택이라 할 만하다.) 셔틀이 역에서 매시 40분에 출발하는 것이라 3시 35분 도착 열차가 시간이 좀 아슬아슬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작은 시골 전철역이라 채 3분도 걸리지 않고 역 출구를 찾아 빠져나와서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도착해서 바로 체크인을 하는데, 방이 여유가 있었다며 무료 업그레이드를 진행해 딜럭스 트윈 방으로 바꾸어 주었다고 했다. 그 호텔이 호수와 큰 길 하나 건너 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는 다소 허허벌판 같은 곳에 있어서, 방이 잘못 걸리면 호수 전망 대신 "밭 뷰(view)" 객실을 배정받기도 한다는 다른 후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딜럭스트윈은 과연 어떤 방일까 하는 기대를 하며 올라갔는데... 단지 일본 여행에서만이 아니라, 내가 살면서 묵어 본 모든 호텔 중 가장 넓고 쾌적한 방을 배정 받았을 뿐만 아니라, 멋진 호수 전망까지 갖춰진 최고의 객실이었다. ㅠㅠ 그런데 감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는데, 이 친구가 우리가 체크인하는 그 날이 생일이었는데, 객실에 생일축하 카드가 놓여 있더니, 호텔에서 무료로 작은 스파클링 와인까지 서비스로 제공해 준 것이었다. 과연 호텔에서 일상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인지, 어떤 센스 있는 직원의 아이디어였는지 궁금해 하며, 우리는 함께 기뻐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보니 호텔이 워낙에도 허허벌판에 있는 데다, 식당은 호텔 전체에 딱 하나밖에 없다고 해서 2박하는 내내 그곳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 다소 걱정스러워졌다. 그나마 나는 다음 날 동네든 근처 관광지든 관광을 나가볼 계획이 있었는데, 친구는 급한 원고 마감이 있어서 꼼짝 없이 호텔에만 박혀 일을 해야 하는 신세여서 다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내려서 셔틀을 탔던 기차역 근처에는 그래도 뭔가 가게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아서, 나가서 그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아침에 먹을 만한 것들을 장 봐서 들어오기로 하고 다시 카타타 행 셔틀 버스를 타고 역으로 다시 나갔다. 가보니, 우리가 전철에서 내려서는 셔틀을 급히 타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큰 마트가 보여서 그곳에서 일단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가 워낙에 점심을 거창하게 먹기도 했고, 비록 그날 한 일은 사실상 비와코까지 이동한 것밖에 없긴 해도, 피곤하기도 해서, 그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 들고 들어가 호텔 방에서 편하게 저녁 식사를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친구가 추천해준 지역 맥주 몇 캔과 저녁으로 먹을 만한 스시와 아침에 먹을 떡, 과일 등을 잔뜩 사서 6시 40분 셔틀을 타고 다시 호텔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오고 보니, 1시가 넘어서 점심을 먹고 나서 아직 저녁을 먹기엔 배가 좀 덜 고팠던 우리는 호텔 지하에 있다는 온천탕에서 좀 씻고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정말 잘 한 결정. 물도 너무 좋았고,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개운한 목욕이었다. 돌아와서 저녁을 먹는데, 친구는 사실 일을 좀 하고 자야 할 것 같으니 술을 마시면 안 될 것 같다며 맛이나 볼 겸 무알콜 맥주를 사 왔었는데, 불행히도 너무나 맛이 없었다. (일본 무알콜 맥주는 좀 다를 줄 알았으나, 대단히 실망...) 결국 우리는 원고를 보내고 다음 날 먹을까,라고 생각했던 친구의 생일 축하 샴페인을 따기로 급히 결정했다. ㅎㅎ 그렇게 하여 식사를 마치고, 전날까지도 나를 괴롭혔던 배탈의 여파와 그곳까지 이동하느라 피곤했던 데다 목욕까지 하고 나니, 노곤해진 나는 9시 반에 취침을 해 버렸다. ㅎㅎ (그러나 배탈이 완전히 낫진 않았던 탓에, 자다 깨서 화장실을 몇 번 들락날락 해야 하긴 했다.)